동네 빵집

작고 소중한 우리 동네 빵집

by 정제이

쉬는 날은 밥보다 빵으로 식사하고 싶어 진다.

그런 날은 자동 연상으로 떠오르는 가게가 하나 있다.

우리 동네 작고 소중한 빵집.


한평 반 정도 될까.

정말 아담한 빵집이다.

부부인 듯 보이는 젊은 남녀가 운영한다.

빵은 모두 유리 쇼룸에 놓여 있어서 주인만 만질 수 있다.

손님 입장에선 빵 이름을 일일이 나열해야 하니 불편하긴 하지만 위생적이다.

매장이 좁아서 손님은 한 명씩만 들어갈 수 있다.

두 명이 들어가면?

두 번째로 들어간 손님이 나와야만 처음 들어간 손님도 나올 수 있다.

다음 손님들은 매장 밖에서 강 건너 불구경, 아니 빵 구경을 하고 있어야 한다.


처음 줄을 섰을 땐.

이렇게까지 해서 먹을 빵인가 싶어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내 뒤로 점점 길어지는 줄을 보니 욕심이 나서 포기할 수가 없게 됐다.

어렵게 입성한 빵집.(한 시간 걸렸다.)

먹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니, 빵 욕심이 나서 많이 골라본다.

이것저것 고른 빵을 부부가 잘라주고 포장해 주는 동안 매장을 둘러봤다.


밖에서 본 모습이 전부인, 정말 작은 빵집이다.

빵 굽는 기계들이 삼면의 벽을 다 채우고 있다.

정면에는 카운터와 그 옆에 유리 진열장이 전부.

진열장에 놓인 빵도 종류가 많지는 않다.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 식사빵 종류가 대부분이다.

소박한 규모가 소꿉장난 같이 보여 귀엽고 정겹다.


카운터 옆 벽면에 손님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문구가 보인다.

지구를 아끼기 위해 장바구니를 가져오시면 좋겠다는 손글씨도 붙여두었다.

꾀부릴 줄 모르고 성실하게 빵 굽는 사람.

이 둘과 매장의 모습이 딱 그렇게 보인다.


열심히 자른 빵을 장바구니에 담아 들려주면서도 정중한 감사인사를 잊지 않는다.(사실 그래서 기다림이 더 길어진다.)

“맛있게 드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참 예의 바른 청년들이다.

손에 가득 들린 빵 바구니와 함께 밖에 나오면.

기다리던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음. 이것도 나쁘지 않군.


힘든 기다림 끝에 받은 빵이어서일까.

착한 주인 부부를 닮은 정직하고 담백한 효모빵이 맛도 좋고 속도 편하다.


가끔 인스타에 주인 부부의 글이 올라온다.

기다리는 손님들께 미안하다는 인사와

그 기다림에 보답하고자 오늘도 정성껏 빵을 굽고 있다는 글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매장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도 빵을 손에 들기까지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빵집

그럼에도 쉬는 날이면 줄을 서볼까 고민하게 만드는 빵집

기다림 끝에 받아 든 빵이 주는 기분 좋은 배부름을 주는 빵집

이 작은 가게가 딱 그만큼의 성실함으로 우리 동네에 계속 있어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작고 소중한 우리 동네 빵집 파이팅!


참. 오늘은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기를 포기했다. 다음 주엔 좀 일찍 일어나서 가봐야지.

내가 받은 번호표. 시작 번호가 58번이라 했다. 내 앞에 24명이 있다는 건데... 그 정도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