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앞에서 멈춰 선 우리
건우는 요즘도 자주 눈을 비빈다.
손등으로, 소매로, 가끔은 손가락으로 눈을 꾹 누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눈에 또 염증이 생긴 걸까?
소아과에서 안약을 받아오면
일시적으로는 나아지지만,
‘이게 정말 눈 문제일까?’라는 의심은 늘 남는다.
혹시 시력이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 안 보이는데,
건우가 말을 못 하니 말도 못 하는 건 아닐까?
나는 지금껏 건우를 안과에 데려가지 못했다.
진료실 문턱이 너무 높아서다.
건우는 말을 하지 못한다.
시력검사 기계 앞에 가만히 앉는 것도,
지시를 따르는 것도 어렵다.
진료실 안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인다.
‘검사도 안 되는 아이를 왜 데려왔을까?’
‘진료 시간이 길어지네...’
이런 생각들이 내 안에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서 안과 앞에 도착해도,
결국 발길을 돌려 돌아온 적이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장애전담주치의 제도를 통해 치과를 찾았다.
장애 아동을 위한 전문 진료라고 해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특별한 장비나 검사 방식은 없었다.
건우는 잔뜩 겁을 먹었고,
몸을 비틀며 온몸으로 진료를 거부했다.
결국 나는 아이 위로 올라타듯
온 힘을 다해 붙잡고 있어야 했다.
그 모습은 진압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곳에서 내가 느낀 건,
“이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탓하지 않겠구나”
하는 마음.
진료가 어려워도,
의사의 눈치만큼은 덜 봐도 되는 그런 진료실이었다.
미국, 영국 같은 나라에는
자폐 아동을 위한 별도의 검사실과 진정 프로그램,
시력검사 대체 기기,
의사소통 도구들이 있다.
말을 못 해도,
눈을 맞추지 않아도,
아이를 충분히 기다리고 이해하려는 시스템이 있다.
그곳에서는 아이가 ‘진료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는 존재’로 맞이된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전담주치의 제도는 있다.
장애인 등록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를 통해
주치의 의료기관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주치의는 정기적으로 건강 상담을 하고,
필요시 치과나 안과로 연계 진료를 도와준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기본 진료’에 머물러 있고,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건우의 눈을 내 눈으로만 살핀다.
건우가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릴 때,
나는 믿는다.
분명 이유가 있다고.
다만 표현할 수 없고,
우리가 그걸 모르기 때문에 답답한 거라고.
어쩌면 그 이유는
'잘 보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오래되어
이미 고통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시스템은
그걸 알아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번쯤은 제대로,
안과에 가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만 안고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치과 진료는 늘 큰 도전이에요.
진료 거부를 당한 경험,
겁에 질린 아이를 억지로 붙잡아야 했던 기억…
하지만 이제는 **‘장애전담치과’**라는 제도를 통해
조금 더 준비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요.
위 링크에서 지역을 선택하고,
‘장애인 건강(치과) 주치의’를 체크한 뒤
검색하면 우리 지역에서
진료 가능한 병원을 확인할 수 있어요.
병원에 전화해서
“장애전담치과 진료 예약하고 싶은데요”
라고 말하면,
진료 가능 여부와
준비 서류를 안내받을 수 있어요.
방문 시에는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면 정식 등록이 완료되고,
아이에게 맞는 진료계획을
주치의와 함께 세울 수 있어요.
말하지 못해도, 아플 수 있는 아이들.
우리 함께 더 나은 진료를 상상해요.
‘라이킷’은 작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 되어줄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