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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barista May 12. 2022

책쓴이는 독자 서평으로 연명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책쓴이에게 출간 후 약 2주는 마법의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천당과 지옥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천당과 지옥은 판매 지수와 독자 서평이 만듭니다. 많은 분들이 조언합니다. 그런 건 신경쓰지 말라고요. 특히, 서평에 마음두지 말라고요. 그러나 아직 초보 작가인 제겐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다. 저는, 서평에 목을 맵니다. 눈으로 서평을 꼭꼭 씹어 먹습니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같은 서평을 여러번 읽습니다.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는 5월 2일 발간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겐 요즘이 그 마법의 시간입니다. 서평에 푹빠져 사는 시간이죠. 대부분의 서평은 출판사가 모집한 서평단이 올립니다. 여기에는 전문적인 서평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스타 블로거나 인플언셔로 특별히 분류되는 분들도 계십니다. 


서평은 작가의 글이 독자의 정신 세계에 입장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글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고정되어 있는 것 같은 글의 의미가 독자마다 다르게 읽힌다는 겁니다. 독자 역시 이미 자신만의 글의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가 가진 글의 세계는 읽기에 크나큰 영향을 줍니다. 저는 그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힙니다. 제 글이 독자의 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두 글의 세계가 만나 또 어떤 새로운 글을 만드는지, 새로 태어난 글을 보고 나는 또 어떤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 등등 말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에 서평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서평이 출판사가 준 책 때문이건, 어떤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건, 저에게 그저 호기심 가득한 모험의 세계일 따름입니다.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역시 제가 책 모임을 하면서 틈틈히 써 놓은 서평에서 출발한 책이라서 제가 서평에 더 민감한 모양입니다. 제 책의 어떤 서평자들은 오늘의 서평을 바탕으로 책을 쓸 수도 있을 겁니다.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에는 12권의 책과 애니 1편(짱구는 못말려)이 목차에 실려 있습니다. 이번 서평을 보고 제가 또 한번 경탄해 마지 않았던 건, 서평자들께서 마음에 가장 와 닿았다고 한 책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저는 늘 놀라곤 합니다. 같은 책, 같은 글, 같은 문장, 같은 단어. 이것들은 모두 물리적으론 고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읽어낸 분들은 모두 다른 감정과 기분에 빠지는 것입니다. 모두 다른 사유의 실마리를 잡고 또 한편의 글을 뽑아내는 것이죠. 우리는 겉모습만 같은 세상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며 살고 있습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서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서평도 있습니다. 팩트가 틀린 서평이 그렇습니다. 예컨대 어떤 분은 제 책에 소개되지 않은 책을 마치 있는 것처럼 쓰셨습니다. 팩트가 틀리면 그 이하 글은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신때문입니다. 책을 읽지도 않고 서평을 썼구나 하는. 불신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더군요. 내 글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절망감도 적극적인 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서평은 다른 사람의 책 위에 쓴 나만의 책입니다. 어떤 책의 품평회가 아니라, 내 책을 쓰기 위한 소중한 재창조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을 겁도 없이 출판사에 투고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쓴이는 독자의 서평을 먹고 목숨을 부지합니다. 싱싱한 서평이 많을수록 책쓴 사람들이 건강해 집니다. 그리고 자기 만의 서평을 쓴 사람은 곧 자기 책을 쓰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저도 했는데, 여러분들은 얼마나 더 잘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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