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건 못 참지
일주일 전쯤 인터뷰를 볼 거라는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될 것이고 어떤 것들을 다룰 것인지 나와 있었다.
일단 인터뷰를 한 시간이나 본다고? 지금까지 최장 시간 인터뷰는 30분이었다. 태어나 5분짜리, 10분짜리 인터뷰는 많이 봤지만, 1시간동안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니 울렁거렸다. 1시간 강의도 2시간 강의도 해봤다. 하지만, 나는 원체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 아, 이건 사실이 아니다. 질문에 요지에 맞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렵다. 나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건 쉬워도 내 생각과 그때의 감정을 같이 드러내는 것은 나에게 연습이 필요한 영역이다.
여하튼, 메일에는 인터뷰 패널로 누가 들어올 것인지 적혀 있었는데 총 3명의 사람이 들어오고 그들의 이름과 직책, 일하는 부서까지 나와있었다.
그걸 본 뒤 내가 한 행동은?
당연히 구글에 검색했다. 인터뷰에 들어오는 패널이 어떻게 생겼는지 면상을 아는 게 인터뷰를 잘 보는 것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지만, 그들의 국적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알지만, 그들의 배경을 아는 것이 원체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알지만, 왠지 그들에 관해 검색을 하면 인터뷰가 더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두 명의 패널을 검색해서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의 배경을 아는 게 인터뷰 준비를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진 않았다. 다만, 그들이 내가 인터뷰를 보는 기관에서 10년 이상 일했다는 것과 화려한 그들의 이력이 오히려 날 주늑들게 했다. 득이 됐던 건 그들의 선해 보이는 면상;;; 왠지 짓궂은 질문은 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면접에 나오는 질문은 사실 짓궂기 위해 하진 않으니까... 면접관들은 최대한 답변을 잘한, 그러니까 그들이 원하는 직무에 맞는 역량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뽑기 위한 질문들을 할테니 그것을 잘 뽑아낼 수 있게 최대한 인터뷰 답변을 준비하고 오라고 메일에 담긴 첨부 파일에 여러 번 적혀 있었다.
오늘 나의 임무는 면접 때 발표 할 10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해서 보내는 것. 오후 5시가 데드라인이었고 힘차게 4시에 보내겠다고 외치며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보다도 조금 이른 기상으로 8시 30분쯤 책상으로 이동, 아침을 준비하고 9시부터 시작했다.
기상에 맞춰 수정된 계획은
9~1230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1230~2 점심
2~4 발표 준비
4시 프레젠테이션 보내기!!!!!!!!!!!!!!!!! (5시 마감)
~630 저녁
630~9 인터뷰 발표/답변 준비
9~10시 15분 일지/브런치 쓰기
1030~1130 미팅
1130~12 일지/브런치 쓰기
일어나면서 프젠테이션을 어떻게 다 끝낼지 막막했는데 아침 먹으면서 감사 일기와 모든 게 다 끝났을 때의 감정을 상상해보니까 프레젠테이션을 마치는 건 별거 아닐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12시 15분쯤 어떻게 마쳤는지 모르게 프레젠테이션을 다 만들었다. 시간이 남아 모의 발표를 해봤는데 17분이 걸렸다. 최대 10분을 사용해야 하는데 거의 절반 가까이를 어떻게 줄이나 싶었지만, 일단 점심 먹으러 출발!
점심시간이 끝나며, 나는 4시에 프레젠테이션을 보내겠노라 다짐하고 4시, 4시 30분, 4시 50분에 알람을 맞췄다. 목표는 8분 안에 모의 발표를 끝내기.
4시가 되어 알람이 울렸고 4시 30분에도 알람이 울렸지만, 나는 여전히 프레젠테이션을 붙잡고 있었다. 이유는, 연습 했을 때 아슬아슬하게 10분에 걸려 끝내긴 했지만, 실제 말하고 싶은 부분을 말하지 못하고 일찍 끝내는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계속 가고 40분이 되어 메일로 보내려는데 pdf를 보내야하나 ppt를 보내야 하나, 둘 다 보내야하나를 고민하다가 어차피 pdf로 발표하고 싶으므로 pdf 하나만 보냈다. 파일을 꼭 열어보고 확인해달라고 적었다. 메일을 보내니, 바로 잘 받았다고 답장이 왔다.
연습하긴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그것도 빨리 말해서 10분을 맞췄는데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보낸 마당에 수정 없이 이대로 좀 더 말할 내용을 줄여보기로 했다. 발표 준비는 내일 일정을 짜놓은 시간에 하는 걸로!
그때부터 약 1시간 30분 저녁을 먹는 시간이 있었고 1시간은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책상 정리 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보니 6시가 조금 넘어 저녁을 먹었다. 거한 저녁을 먹으니 피로가 몰려왔다.
6시 30분부터 책상에 앉았지만, 집중하는 데는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게다가 간식까지 먹어 더 피곤했다.
예상 질문들을 보다가 이것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한 일들을 리스트업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이력서를 보면서 내가 그동안 해왔던 걸 하나하나 적어봤다. 원래는 성취만 적어보다가 전에 일하던 곳의 상사와 그때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는 화가 올라왔다. 이미 지난 일이고 다 끝난 일이라 나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끝나지 않았나보다. 그렇지만 인터뷰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영향을 받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할까.... 그래서 성취 리스트를 적다가, 내가 배운 것들과 했던 행위들을 모두 리스트업 했다.
그동안 정말 다양한 것들을 해왔더라. 어디서든 항상 어떤 식으로든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항상 성장하기 위해 애쓴 나에게 고마웠다.
프레젠테이션을 보내기 전에도, 인터뷰를 준비하는 지금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은 마음이 계속 들지만, 이건 이미 어제 정리가 된 부분이라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1. 더 높은 수준의 도전을 하고 있기에 부족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고
2. 도전은 마감일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는 것일 뿐. 내일 인터뷰를 준비하는 시간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시간도 따로 있으니 그때 부족한 건 마주 준비하자.
내일 인터뷰 전에 시각화를 한 채로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가 1시간이라는 게 지금도 놀랍다. 지금까지 했던 인터뷰 중에 가장 긴 인터뷰가 아닐까? 왜?
프레젠테이션 10분이라고 하고 질의응답까지 합치면, 45분이라고 하자. 적성과 행동 관련 인터뷰가 30분이면 15분 정도는 직무와 관련된 기술을 물을까?
무엇을 물어볼 진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는 가장 성공적인 모습은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 하고 이미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하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면접관들과 연결된 존재로 있는 것.
이것도 단지 하나의 도전일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끝나는 도전이다. 다시 청산하고 되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게 남은 시간 정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오자.
면접까지 D-1!
p.s. 아, 오늘 편집자님께 메일이 왔다. 원고 수정이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일러스트 작가분을 어떤 분으로 섭외 했는지 알려주셨는데 마감일을 좀 더 늘려야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으윽. 목요일부터는 완전히 원고에 전념하는 걸로! 다시 창작을 시작할 생각에 설렌다!!!!!!! 멋진 일러스트 작가분을 섭외해주셔서 벌써부터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된다. 두근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