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공장 Nov 25. 2023

대청소와 명상이 퇴고에 도움이 된다고요?

요즘 명상 수업을 듣고 있다. 흔히 하는 '마음 챙김 Mindfulness'는 명상의 한 갈래인데 내가 새로 배운 명상 'Medication' 은 쉽게 말하면 시각화랑 비슷하다. 명상에는 '익숙해지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 요즘 읽고 접하는 많은 것들이 같은 것을 말하고 있어 놀랍기는 하다.



내가 쓰는 이 소설이 어떤 독자에게 닿아 꿈을 줄 것인지 아주 짧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오늘이 끝났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성취하고 싶은지 생각했다. 



"23장부터 37장까지 편집자님의 모든 피드백을 읽으며 어떻게 수정할 지 생각하고 오늘이 끝날 쯤 편집자님께 앞으로의 방향이 적힌 메일을 보낸다! 구체적으로 오전에는 30장까지 읽기, 오후에는 37장까지 읽고 메일을 보낸다."



내가 성취할 것들을 적고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유튜브는 보지 않았는데 1교시가 끝나니 졸음이 쏟아져 쉬는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쪽잠을 잤다. 어제 늦게 자고 오늘 나름 일찍 일어나서 그랬지만, 매 쉬는 시간마다 졸려서 낮잠을 잤다. 점심 먹고는 1시간 낮잠 후 카페를 가기로 했다. 글을 쓰다보면 명상을 할 때와 비슷한 뇌파 상태를 경험한다. 마치 공부할 때 이해하려고 생각을 하다보면 그 영역으로 가는데 잠자기 전에 나오는 뇌파와 비슷해,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잠이 든다. (특히 나처럼 잠이 많은 사람은!) 그래서 충분히 잠을 잔 상태로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



1시 40분에 낮잠에서 일어나서 가방을 싸겠다고 책상에 앉았는데 멍하니 앉아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야 주섬주섬 가방을 싸서 1시 58분에야 나갔다. 2시부터 수정 작업을 시작하겠다 계획했는데 10분정도 늦겠다 싶었다. 



나가니, 쌀쌀한 기후에 놀랐다. 계절이 바뀌는 게 참 놀랍다. 시간이 빠르다. 장편 소설 작가들이 흔히 소설을 쓰고 집 밖을 나오니 계절이 바뀌어있다고 했는데 자주 체감하는 편이다. 영국을 갔다 오니 가을이 되어있고 시차 적응을 하고 인터뷰에 대청소를 끝내고 나오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오후에는 멍하니 편집자님의 피드백과 한글 파일, 내 노트를 번갈아 쳐다보며 전체적인 수정을 어떻게 할 지 생각했다. 최근 명상을 하는 게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쳐내는 작업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하루 일과를 브런치에 적으면서 상황을 표현하는 게 그동안 알게 모르게 늘었다.




글에서도 ‘버리지 못하는’ 내가 보였는데, 그동안 총 4 명의 편집자/대표님들께서 설명이 많다, 쳐내야 할 것이 많다는 피드백을 해주셨고 이번 대청소를 통해 얻은 스킬을 이번 원고 수정하면서 확실히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물건을 버리는 것, 파일을 버리고 정리하는 것과 원고에서 내가 사랑하지만, 필요없을 부분을 쳐내는 것의 본질은 같다. 



쉽게 말하면 과잉 보호 부모가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하나하나 챙겨주는 것처럼 그동안 나는 독자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이들이 내가 의도한 바를 얻지 못할까봐,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었다는 걸 봤다.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독자로서 좋아하는 책은 독자인 나를 신뢰하고 ‘나만 발견한 것 같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은 떡밥들을 내가 회수할 때이다. 내가 대청소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얻은 것처럼 이번 퇴고를 통해 독자들에게 상상과 추리의 빈 공간을 선물하자!




그리고 상상력으로 안개 공장의 내용이 여기 저기 분산되어있는 것이 보였는데, 전에 편집자님께서 피드백주신 것들이 떠올라 다시 읽으면서 어디를 쳐내고 어떻게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지 브레인스토밍하고 대략적인 수정도 했다.




파일은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저장하니 지우고 버리고 수정하는 걸 좀 더 과감히 해볼 생각이다. 아직 결말은 완전하지 않은데 그건 편집자님께 보내는 메일에도 쓰면서 완성해보겠다고 적었다. 편집자님께 전체적인 수정의 방향과 언제 메일과 파일을 보내줄 것인지 메일에 적으면서 과거에 내가 그려놓았던 약도도 함께 보내드렸다.





캬, 오늘은 유튜브를 보지 않고 집중해서 퇴고 작업을 했다!! 브라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총 3 단계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1) 어제 브런치에 유튜브 보느랴 원고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커밍아웃(?) 글을 올려서 

2) 나를 다 잡아줄 사람의 카톡을 옆에 열어놓고 그가 나를 옆에서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3) 집중력이 떨어질 오후에 카페로 이동해 작업을 해서



분명 유튜브가 아니라도 다른 일들이 퇴고 작업을 방해할 수 있겠지만, 내 원고 작업을 우선적으로 놓는 걸 적어도 하루 연습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 



이번주 수요일부터 나를 인정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나에게 인정하는 말을 해주면서 영상을 찍고 있다. 촬영하면서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같이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예를 들면 어제 늦게 자고 오늘 8시에 일어난 것을 칭찬해주니, 8시에 일어난 게 이른거야? 그렇지 않잖아, 하는 뾰족한 목소리가 동시에 떠올랐다. 그동안은 그 비판적인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면, 이 5분은 완전 반대의 목소리, 나를 인정하는 것에 200%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영상에 나온 내 얼굴에서도 빛이 나, 그것도 인정해줬다. ㅎㅎ



일과가 끝나고 오늘 내가 성취하고자 한 것을 돌아보니 다 성취되어 있더라! 사람들에게 꿈과 사랑을 줄 책이 곧 완성될 것을 명상하면서 하루를 마친다. 




매거진 방향:


2024년 상반기 (2월 예정) 에 출간될 청소년 판타지 소설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에 6시간 작업하면서 생긴 일들, 고민과 사건을 날 것 그대로 브런치에 공유하겠습니다.


(판타지) 소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함께 지켜봐주세요.


작가의 고민에 댓글로 생각을 남겨주시면 반영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책이 나왔을 때 왜 어떤 걸로 고민했는지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도 챙겨가세요.




가끔 아주 가끔 사진도 올라갑니다. @hyunju_writer


작가의 세계관이 궁금하다면: 

*글공장(한글판)

*The Words Factory (영문판, 교보문고)   

*해외에서 구매한다면 --> The Words Factory (아마존 Amazon)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을 쓰나요? 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