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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Nov 06. 2024

런칭 5개월 만에
275억원 투자받은 AI 노트 앱

#AI Application | 아이템 갈라서 파고들기


VC가 시장을 보는 시각

안녕하세요, 아갈파 담당 심사역 앤(안혜원 심사역) 입니다. 오랜만에 아갈파가 돌아왔습니다. 그전엔 매주마다 우리의 수다를 가볍게 전달드렸다면, 이제는 그때그때 스팟성으로 저희가 꽃힌 아이템이나 테마에 대해 소개드리려고 해요. 이번 달은 가뭄의 단비처럼 좋은 제품의 정석을 보여주는 AI Product를 만났습니다. 제품 소개와 함께 저희가 AI Application을 바라보는 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글은 카카오벤처스 뉴스레터 '아.갈.파(아이템 갈라서 파고들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유저들이 너무 좋아해서 소문내는 AI Native 앱의 탄생 



“Always been skeptical of AI note takers until I landed in Granola  


최근 “VC들이 사랑하는 미팅노트 서비스” 라는 타이틀로 서비스 런칭 5개월 만에 $20M를 받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Granola.ai의 이야기입니다. 공동대표 Sam은 “우리에게 텀싯을 준 VC들은 저희 제품을 오랫동안 써왔다고 생각해요.” 라고 이야기했죠. 유저들은 하나같이 입소문을 통해 이 제품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커뮤니티 반응, 열광적입니다. 깃헙 전 대표 넷 프리드먼이 “그래놀라는 내가 써 본 미팅노트 서비스 중 제일 최고다” 라고 샤라웃했죠.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이라는데, 이런 진심어린 (?) 바이럴은 오랜만에 보는 듯 해서요. 써보니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겠습니다 (아직 한국어 사용성은 아쉽습니다). 좋은 AI Native Product에 대한 기준이 이제 하나 등장한 듯 합니다. 대표 Chris의 팟캐스트와 저희의 고민들을 곁들여 AI Application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저희의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Granola : Notetaker? No! 미팅 노트를 업그레이드


AI Notetaker? 이미 많잖아요! 맞습니다. Otter.aiFireflies.aiGong, 클로바노트, 에이닷, 심지어는 Zoom에 AI 미팅록 기능까지 있죠. 하지만 Granola는 자신들을 AI Notetaker 제품과 아예 다른 카테고리라 얘기합니다. 너의 미팅 노트를 업그레이드(=Augment) 시켜주는 툴이라고 정의하죠. 실제로 UX부터 다릅니다.


시장의 제품들은 음성을 정확하게 텍스트화하고, 그 텍스트를 정직하게 시간순으로 요약한 결과를 유저에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Granola는 유저와 AI가 동시에 노트테이킹을 합니다. 미팅 후에, AI가 유저가 쓴 노트를 바탕으로 빈 디테일들을 보강해주는 형태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저가 노트를 쓰는 건 AI에게 미팅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pointing” 해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훨씬 유의미한 미팅록 요약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굳이 사람이 AI 옆에서 노트를 한번 더 쓰는 이유


내가 노트테이킹을 또 할 거면 뭐하러 Granola를 쓰냐 할 것 같은데, 우리 솔직해집시다. 클로바노트 켜놓고, 인턴이 옆에서 미팅록을 쓰고 있어도, 나도 모르게 노트 끄적이고 계신 적, 있지 않나요? 그건 우리가 노트테이킹을 하는 목적이 ‘기억한다’ 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Writing은, Thinking을 위해서도 하기 때문이죠.


“I tried @firefliesai. I'm going to use it. But I'm also going to keep taking my own notes, because they're for my brain, by my brain - Ben Guo”


Ben Guo가 직접 쓴 미팅록 vs Firefiles가 미팅록 원본을 요약한 내용

(출처)


VC가 왜 미팅록을 적는지를 소개해 드리는 것이 직관적입니다. 카벤 팀은 2-3명이 한 미팅에 들어가요. 웃긴 건 세명 다 각자 무언가를 적고 있습니다. 브라이언(장동욱) 이사님은 노트에 글로 쓰시고 저는 노션에 주요 키워드를 끄적거리고 우리 인턴분은 풀 미팅록을 속기사처럼 씁니다. 이상하죠? 예전에는 옆에서 미팅록을 별도 작성하시는 이사님을 보고 제 미팅록이 시원치 않으신가 했는데, 이제 인턴분의 훌륭한 미팅노트를 두고서도 옆에 끄적이는 저를 보고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쓰면서 실시간으로 생각을 정리하셨던 거구나.”


저에게 미팅노트란,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입니다. 근데 뇌를 공유하지 않는 한 각자의 생각은 겹칠 수는 있지만 100% 일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남이 적은 미팅록이 있어도, 별도로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게 되더군요.




기록행위의 본질을 재정의하다 : Writing is Thinking



이를 간파한 Granola의 대표 Chris는 “Writing is a big part of thinking”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전 Granola가 인간이 미팅을 기록하는 행위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고 생각합니다.


"Writing is thinking. We launched @meetgranola because we don’t want meeting bots to think for us. Turns out, a lot of people felt the same way."


시중의 많은 노트테이킹 앱들이 기록의 정확도를 내세웁니다. 그리고 노트를 시계열이나 주제별로 요약하는 것에 그칩니다. 그런데 과연 미팅을 기록하는 행위의 목적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것에 있을까요? 주제별로 잘 묶는 것에 있을까요? 방대한 미팅록을 읽다가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이 너무 많아 정보 소화에 시간이 배로 걸렸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요약노트 앱이 정작 중요한 정보는 빼먹고 안 중요한 정보는 자세하게 요약해주다 보니 미팅록 원본을 다시 다 읽은 적도 있습니다.


미팅록을 기록하는 행위는 미팅 후 할 취해야 할 액션 아이템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도출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우리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정확한 미팅록의 원본이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AI는 미팅 노트 자체의 컨텍스트만으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어요. 우리는 생각했던 걸 다 말하지 않으니까요. 속으로는 이건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겉으로는 "해 봅시다, 좋네요" 라고 말하는 거죠.




결국 운전석에 앉아야 하는 것은 사람 : Controllability, but still Easy


Granola는 미팅록을 쓰는 건 생각정리 행위고, 이건 매우 주관적이고 고차원적인 행위인데, 이것을 그냥 AI Bot에게 외주를 주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죠. 그래서 생각정리의 5-70%은 여전히 사람이 노트를 써서 퀄리티 Controllability를 주고, AI Bot은 그 나머지 빈 부분을 디테일하게 보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생아를 운전석에 앉힌 것이나 다름없는 쌩뚱맞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죠.


Granola는 사람이 노트를 씀으로서, “Feel like they’re in control” “Pointing the bot to the direction=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주는” 효과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요약을 나쁘지 않게 합니다. 자율주행 차가 통제된 환경에서는 썩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논문처럼 객관적이거나 일반적인 정보라면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우리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한 정보들일 확률이 높고, 이건 AI가 높은 정확도로 요약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런 일일수록 사람에게 퀄리티를 담보할 수 있는 AI Controllability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Controllability와 제품에 대한 러닝커브는 항상 반비례합니다. 버튼 많아지면 쓰기 복잡한 대신 할 수 있는건 많고 버튼이 적으면 쉽지만 할 수 있는게 적은 것처럼요. 그 중간의 Golden Recipe를 찾아야만 할 겁니다. Granola 팀은 아마도 유저들이 직접 미팅상황 별 템플릿을 세팅 / 업로드하고 쉽게 다른 사람들이 이를 갖다쓰는 플레이를 할 듯 합니다.




좁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만 만들자. 그래야만 사랑받는 제품이 나온다


Data flywheel by Rogério Chaves



위 그림은 모두 아실 겁니다. 맨 처음엔 정말 UX 좋은 제품으로 유저들이 많이 쓰게 해서, 파인튜닝의 소스가 될  데이터를 받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을 날카롭게 튜닝한다면 더 좋은 제품이 되어서 Flywheel이 돌 거라는 가설이죠.


Granola의 타겟 유저는 좁아 보이지만 그만큼 타겟에 특화되어 UX가 설계되었음을 느낍니다. (괜히 샤라웃받는게 아닙니다..) 미팅 간 쉬는 간격이 거의 없는 저에게는 클로바노트 하나 세팅하는 것도 일인데, Granola는 세팅까지 (정말) 원클릭입니다. 정신없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온 UX겠지요. Zoom에 직접 들어오는 방식도 안 씁니다. 사실 중요한 줌 미팅에 AI agent 있는 것… 민망하잖아요. 다른 앱처럼 끝나고 미팅 요약을 메일로 직접 쏘지 않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실수로라도 자동 발송되면 안 되니까요.


Granola, 매우 쓰기 쉽습니다. 지금은 노트 쓰기, 강화하기, 질문하기가 전부에요. 왜 그런가 했더니 Chris의 인터뷰에 답이 있었습니다. “모든 게 가능해진 시대에서 (LLM이 등장하면서 기능 구현의 허들이 낮아졌으므로) 더 많은 기능을 넣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도 그랬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알고 최대한 빼는 게 중요하다.”


저는 아직도 AI Tool들에게 많이 실망합니다. 그 제품이 별로인 게 아니라, 그 제품이 제 상황에 100% 맞게 튜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후적인 수정 작업을 더 많이 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기존 방식 대비 AI를 쓰는 것이 리소스를 더 들게 만들죠. 


AI 제품의 경쟁력은 개인화에서 나오지만 역설적으로 시장성을 위해서 Audience를 넓게 잡을수록, 결국 초반 개인화는 더더욱 힘들어 질 겁니다. 큰 시장일수록 homogeneous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으니까요. 저는 일부러라도 좁게 가야, 고객이 감동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큰 시장성 생각 말고, 당장 100명이라도 사랑해서 입소문 나는 제품을 만들 팀을 찾고 싶습니다. Invention을 할 줄 아는 팀이란 걸 증명한 거니까요.





Benchmarking 아닌 Invention을 해야할 때


“We explicitly didn’t want to just design a generic AI productivity tool from the start.”


Granola가 저에게 가장! 와닿는 점은, 기존의 AI Notetaker들이 제시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AI-native한 인터페이스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노트테이킹 앱이 노트테이킹을 자동화해야 할 반복업무로 정의하고, 100% AI에게 넘겼을 때 Granola는 노트테이킹 행위의 본질을 ‘왜 하는거지? 뭘 위해서 하는거지?” 하면서 끝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에 “노트테이킹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AI에게 100% 맡기면 안 된다” 라고 결론내려 지금의 Granola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2년 전부터 “Fast Benchmarking” 방정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경험적인 러닝이 있었습니다. 출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동종 / 이종업계에서 벤치마킹 가능한 요소들은 죄다 가져와서 조합해서 내놓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앱 서비스 시대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눈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고객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없이 빠르게 출시만 한 서비스들은 “Why you?” 에 답하지 못하면서 스러져갔습니다.


반대로, 직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팀은 크게 반향을 얻었습니다. 카벤 패밀리인 롱블랙이 대표적이었죠. 사람들이 왜 독서 구독서비스를 안 사용할까? 라는 문제의 원인을 파고들다가 “구독서비스에 쌓인 책은 너무 많고 언제나 읽을 수 있으니까” 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세계 최초로 하루에 한 편만, 24시간 뒤면 사라지는 구독 서비스를 만들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만약 일반 구독서비스의 문법에 갇혀 있었다면 리텐션을 올리기 위한 푸시알림이나 큐레이션 고도화가 최선 아니었을까요.


며칠 전 한 팀과 나눈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팀에서 기능을 개발할 때 “Discovery” 와 “Invention”을 구분한다고요. Discovery는 고객 VOC를 바탕으로 만드는 기능을, Invention은 행위의 본질을 파고들어서 창의력을 발휘해 만드는 기능이라고요. Discovery는 안전하지만, 해자는 그만큼 작을 것입니다. Invention은 성공확률은 낮지만, 해자는 그만큼 클 것이고요. 좋은 제품일수록, 이젠 Invention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저희는 AI Application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때에도 좋은 제품이 최고의 마케팅이고, 좋은 제품은 빠르게 입소문을 탄다는 공식, AI Application에서도 여전히 적용된다고 믿습니다. Granola처럼 AI Productivity 영역에서 Invention을 하는 팀들 덕분에 AI의 가능성에 대한 동경에 기대지 않고 ‘효용’ 만으로 입소문이 나는 사례가 이제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이고요. 그래서,


AI Application에서 Invention을 하실 수 있는 팀들을 찾고 있습니다.  


기존의 프로덕트 문법에 갇히지 않고

사람들이 특정 행동으로 어떤 문제를 풀려는 것인지(=본질)을 재정의한 후

그 문제를 유저가 지금보다 더 쉽게 풀도록 AI로 도와줄 방법을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는 팀

그래서 특정 영역별로 AI Native한 유저 경험의 표준들을 처음으로 정립해주실 분들을 찾고 싶습니다


이 영역에서의 표준은 무엇이 될지, 같이 상상해봐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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