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가. 기회인가.
인스타그램의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바로 하단에 있는 알림 칸을 우측 상단에 조그맣게 올리고 그 자리에 쇼핑 칸을 신설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지 2~3년 정도 되는 유저로서 이번 업데이트는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토리를 넘길 때 지인들 스토리 사이에 광고 스토리가 등장한 지 오래다. 그 빈도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게시글을 볼 때도 'sponsored'라고 적힌 광고 게시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전 페이스북을 사용했던 Z세대로서 이는 과거 페이스북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Z세대 인생의 SNS의 변천사는 다양했다. 한 때 카카오스토리와 블로그가 유행하다가 어느새 트위터, 페이스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최근 몇 년 안에 인스타그램 유저가 급증했다. 인스타그램이 처음 등장할 때는 사진을 반드시 올려야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신선했던 시도였다.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스토리'라는 것도 큰 주목을 받았고 이는 나중에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도 시도된 기능이다. 내가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고 플랫폼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제는 광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는 없다. 유튜브만 봐도 그렇다. 영상 하나를 보기 위해서 광고를 몇 개씩 봐야 하고, 심지어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그 광고를 안 보는 조건으로 한 달에 만 원 이하의 돈을 내야 하기도 한다.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많이 광고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북은 지인들의 일상을 보고 세상의 소식을 접하는 수단을 넘어 광고의 시장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나랑 전혀 상관이 없고 관심이 없는 광고부터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최근에 구매하려고 찾아보았던 제품들까지 모두 광고로 페이스북에서 접할 수 있었다. 물론 SNS도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SNS 자체의 본기능을 망각한 채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광고는 사용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지나친 광고. 이것이 내가 자주 사용하던 페이스북을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이유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스토리나 게시글에 광고를 띄우거나 최근엔 쇼핑 태그까지 가능하게 하여 사진 속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연동시키는 등의 제품 판매를 위한 광고를 도입했다. 다양한 제품을 협찬받아 사용해보고 광고글을 남기는 인플루언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대놓고 쇼핑 탭까지 생겼으니 사용자들이 상품 광고에 노출되는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인스타그램의 업데이트를 보고 페이스북이 생각난 이유이다.
이 글을 업데이트 한 달 뒤에 작성한 이유도 과연 내가 얼마나 그 쇼핑 탭을 자주 사용하는지, 쇼핑 탭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고 작성해보고 싶어서였다. 지나친 광고에 질려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왔기에 쇼핑 탭은 생각보다 나에게 실용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알림 창이 우측 하단으로 올라간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언젠가는 내가 페이스북을 떠난 이유처럼 누군가 같은 이유로 인스타그램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쇼핑을 즐겨하는 유저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내의 광고를 보고 구매 욕구가 생길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인스타그램의 업데이트는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 앞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쇼핑을 즐기는 이들은 기회로 볼 수 있다. 아직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인스타그램 안에서 광고를 통해 원하는 제품을 발견하고 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구매 시스템까지 도입한다면 보다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인스타그램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인스타그램의 이번 업데이트를 '위험한 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