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작은 변화
동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오는 길에 전에는 보지 못한 표지판을 보았다.
아파트 단지를 나가는 길에 "아빠! 엄마! 안녕히 다녀오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있었다.
이 길을 다닌 지 오래되었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 표지판에는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처음 그 표지판을 봤을 땐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다. 며칠 뒤에 저 표지판을 두 번째로 봤을 땐 조금 이상했다. 아빠만 출근하는 게 아닌데, 왜 '아빠'라고만 적혀있을까. 세 번째 그 표지판을 보았을 땐 조금 불편했다. '아빠는 회사원, 엄마는 주부'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느낌이었다.
그 뒤로는 그 길을 지나갈 일이 없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이 표지판을 다시 보았을 땐 조금 이상하고 불편했던 부분이 바뀌어있었다. 아마 누군가 나와 똑같이 느끼고, 나는 하지 못한 용기를 낸 것이 아닐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예민하다고 욕을 먹을 수 있지만, 바로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 너무 익숙해져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모차를 유아차로, 저출생을 저출산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익숙함에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알고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표지판도 누구나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묻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불편함을 바꿀 수 있는 용기에 오늘도 세상은 바뀌었다. 비록 아주 조금일지라도 이러한 변화가 쌓이다 보면 진정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