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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눈이 밥 같아!"

육아 일상

by 천지현


화요일 저녁 뉴스에서 새벽에 눈이 올 거라는 기상 예보를 보았다. '아침 되면 눈이 좀 쌓여 있겠구나'생각하고 안방 온도도 24도 맞춰놓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 하얀색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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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남한산성 산자락은 이미 하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 세 식구는 "와! 진짜 하얗다! 정말 눈이 왔다!" 외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산 밑이라 새벽에는 많이 춥지만, 자연을 주방 베란다에서 늘 볼 수 있어서 참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특히 겨울이 되면 진심 이 동네가 좋다는 걸 체감한다. 하지만 언덕이 심한 동네이기에 오늘 어린이집 차량은 운행을 하지 않았다. 이후 새봄이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하는데, 키즈노트 앱으로 어린이집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차량 운행을 안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거 새봄이랑 눈싸움 놀이나 실컷 하고 등원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봄아,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눈싸움하고 아빠 차로 어린이집 가자" 새봄이는 눈싸움한다는 말이 좋아서 벌쩍벌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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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츠 신고, 장갑 끼고, 목도리를 단단히 두른 채 1층으로 내려갔다. 밖에 나온 순간 겨울 왕국에 온 것 같았다. 아파트 단지 조경으로 1등을 한 덕분인지 나무 위에 눈이 수복이 쌓인 모습 또한 감탄이 나왔다. 새봄이가 마치 겨울 왕국으로 들어가는 모습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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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는 나오자마자 눈을 밟기 시작했다. 차량이 없는 곳으로 가서는 아예 손으로 눈을 만지고 비비기 시작했다. 나에게 눈 던져도 되냐고 물어보면서 혼자 신나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급기야 돌 위에 있는 눈에게까지 인사하며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도로에는 경비원 아저씨들이 한창 제설 작업 중이었기에 새봄이도 그 모습을 보더니 돌 위에 있는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발자국이 없는 눈에게는 계속 발자국을 만들어 걷기도 하고 나에게 눈사람을 만들어 던지기도 하면서 등원 시간을 잘 보냈다. 이후, 오전 10시쯤 내가 운전해서 새봄이 등원을 시키고 도서관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집에서 독서하고 청소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2시쯤 어린이집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하원 차량도 운행을 안 한다는 것이다. 사실 눈이 오후 1시에도 무섭게 내렸다.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갔기에 새봄이 하원 걱정이 되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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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쯤 차 운전해서 가려고 했으나, 차 운전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들 차들이 멈춰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우산 쓰고, 부츠 신고, 장갑 낀 채 중무장을 하고 언덕을 내려왔다. 다행히 버스도 언덕 위로 운행을 할 수 없었기에 다들 걸어서 내려오고 있던지라 언덕길이 미끄럽진 않았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여기저기서 차들이 멈춰버렸다. 순간 무서웠다. 감기 기운이 있는 새봄이와 함께 걸어서 어떻게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지 한숨이 나왔다. 눈은 내렸지만 춥지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새봄이를 데리고 걷기 시작하는데, 새봄이가 "엄마, 눈이 밥 같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나가던 할머니도 새봄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나 또한 너무 귀여운 생각이라 계속 웃었다. 다섯 살 아이에게 눈은 밥처럼 느껴졌나 보다. 동심의 세계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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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을 올라 아파트에 잘 도착했다. 새봄이는 다섯 살이지만, 생일이 빠른 편이라 피아노 학원을 지금 다니고 있다. 오늘도 피아노 학원 가겠다고 한다. 50분 수업이지만, 아직 한글을 모르기에 10분 정도 피아노 건반 연습을 하고 40분은 피아노 색칠 놀이도 하고 학원에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언니들도 많기 때문에 언니들과 있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피아노 학원 수업 마치고 나오니 오후 5시였다. 낮보다 추웠다. 하지만 새봄이는 신나게 눈밭을 걷기도 하고 뛰면서 눈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 모습들이 너무 좋아서 사진으로 남겼다.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아이 때문에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힐링을 느끼는 요즘이다. 아이가 다섯 살 되니 정말 좋다. 말도 많고 어찌나 귀여운지. 아이가 주는 기쁨이 크기에 다들 아이를 낳으라고 하시는 것 같다. 난 새봄이로 충분하기에 아이와 매일매일 행복과 감사를 느끼며 지내련다. 새봄아, 오늘도 눈 싸움하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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