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에 집에서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나는 산책을 핑계 삼아 아이와 외출을 하였다. 단순하게 산책만 하는 줄 알았던 아이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즐비한 공방에서 쇼핑을 하고 예쁜 테라스가 특징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 행복한 마음과 "이렇게 놀면 안 되는데"라는 불안한 마음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하는 데이트였다. 카페 주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정성껏 꾸며져 있는 테라스 카페는 나와 아이를 유럽 가족 여행에서 뜻밖에 만났던 어느 골목의 작은 카페를 떠오르게 하였다. 아이는 유럽 여행이 생각이 났는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분 좋은 가을바람은 나와 아이를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여행을 했던 그 시점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고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공부하느라 시간이 모자라서 더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나는 아이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 주고 싶어서 아이가 좋아하는 쇼핑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미리 계획하였다. 내 마음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이사이 아이는 "이렇게 놀아도 되나?"라는 말을 하면서 불안해하였다. 그런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멋진 가을날을 느끼면서 재충전을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아이와 내가 고른 메뉴
아이와 나는 일상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평일에는 학교 기숙사에 머무르는 아이의 일상을 나는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듯했고 아이의 학교 수업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를 좋은 방향으로 잘 충족시켜 주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의 학창 시절이 더 많이 행복하기를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고등학생인 아이는 대학교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등수가 정해지는 현실에서 아이의 마음이 크게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넘어졌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자신만의 목표지점을 향해 행복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