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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 Apr 02. 2022

코로나, 괜찮으세요?

진료실 이야기



© adamsky1973, 출처 Unsplash


#코로나에걸렸다

몇 주전 금요일 저녁, 남편이 

"머리가 좀 아프네."

라고 말했을 때는 

"그래?" 

라고 말하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다음 날인 토요일, 내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는, 

"왜 두통이 생긴 거지? 이유가 뭘까?" 

라며 이유를 찾기 시작했는데 마침 월경이 시작되었다.  월경통일까?라고 생각하며 밖에 나가지 않고 쉬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 그 이유를 알았다.

"엄마, 나 머리 아파."

라며 낮잠이라고는 5세 이후 어린이집 낮잠을 끝으로 자본적이 없는 아이가 아침에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누워 자기 시작했을 때 깨달았던 것이다.

"아, 이건 전염병이야! 우리 셋 다 코로나 검사하러 가자!"

라고...

그리고 우리는 사이좋게 셋 다 같은 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나는 병원을, 남편은 회사를, 아이는 학교를 일주일 쉬며 셋이서 하루 종일 같이 붙어지내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참 신기한 것은 처음에는 일하고 싶고, 검사를 한 후에는 검사에서 나만이라도 음성이었으면 하고 바라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나와는 달리, 남편은 정말 평온해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평소에도 워낙 집돌이였던 아이는 말할 것도 없이 기뻐하고 있었다. 

"일주일 학교를 가지 않다니! 너무 좋아!"

라며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남편은 창밖을 보며 말한다.

"정말 평화롭지 않아?"

그 말에 담긴 평온함에 나도 물들어 간다.


그래, 차례로 격리하며 쉬는 것보다 이렇게 동시에 걸려서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하지. 행복하지. 

일주일을 보내며 우리는 함께 맛있는 걸 먹고, 함께 유튜브를 켜놓고 운동을 하고, 둘러앉아 책도 보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이틀은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는 집 청소와 정리하기도 했다. 

"이건 이사 갈 때 할 수 있는 일인데 코로나가 이런 것도 하게 하네!"

라며 마주 보고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워낙 정리에는 재주가 없고 이사를 자주 다녔던 터라, 우리 집에서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날은 이사 가는 날이었다.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니 마음까지 정리되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니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가족과의 시간, 그리고 정리된 집과 마음^^



#괜찮으세요?

일주일의 격리를 끝낸 후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가 병원으로 돌아오자마자 일반 병, 의원들에서 코로나 검사가 시작되었다. 

검사를 하다 보니 그 후 매일 코로나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요즘 하루도 빼먹지 않고 환자에게서 매일 듣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 말이다.

"선생님, 정말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니 환자분들 중 꼭 하루에 몇 명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신다. 마스크를 벗고 검사를 하면서  괴로워 나에게 기침을 했던 분들을 더하다.  

코로나 확진을 받고 나면 그분들은 본인이 코로나에 걸렸으니 선생님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갑자기 내 걱정을 시작하신다. 

"이러다가 선생님도 코로나 걸리시겠어요. 정말 조심하세요~"

눈빛에 걱정이 가득하다. 


그나마 내가 코로나를 이미 겪고 지나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환자분들에게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저는 이미 지나갔답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  오히려 걸렸다고 하면 다행이라며 웃으시는 걸 볼 수 있어서. 

진료실을 나가며 환자분들의 마지막 한마디.

"정말 다행이에요."

코로나 걸린 게  다행이라니 ^^

환자는 자신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요즘 내 걱정해주는 환자분들이 왜 이리 많은지 나는 정말 행복한 의사다.


"괜찮으세요?"

"조심하세요."

"다행이에요."

이 말을 진료실에서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매일 듣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신기하게 느껴진다. 

걱정 어린 말속에 따뜻함을 느낀다. 

코로나로 어렵지만 이런 따뜻한 말들이 있어 힘든 가운데 마음만은 힘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따뜻한 말들로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며 모두 건강하게 이 시기를 보내길 기도드린다. 


#진료실이야기 #그리울글이웃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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