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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이 Nov 23. 2021

제 3국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것

스웨덴 결혼일기(1)

남자친구는 스웨덴 사람.


그래서 한국과 스웨덴 각 국에서 한 번씩 결혼식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먼 예전부터 어렴풋이 했었다.

그런데 스웨덴이 제 3국이 되어버릴 줄이야.


나는 한국에, 남자친구는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신혼생활은 아일랜드에서 하게 될 텐데 결혼식은 스웨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도 아주 어려웠다.



스웨덴에서 결혼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서류 hindersprövning. 발음조차 어려운 이 서류는 대충 해석하면 '혼인허가서' 정도인데 현재 내가 다른 사람과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발급해준다.



이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스웨덴의 PN넘버(한국의 주민번호)를 제출하거나 혹은 여권을 가지고 스웨덴 세무서인 skatteverket에 방문해 내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


융통성 없는 나라답게 대사관에서 대신 신분 증명 안 된다. 영사관에서는 당연히 안 된다. 직접 방문해야 한다. 무조건이다. 예외 없다. PN넘버 확인 혹은 여권 증명이 이루어지고 나면 hindersprövning 신청서를 제출한다. 발급까지는 약 2주 정도 걸리는데 더 걸리는 경우도 있고 덜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신분 증명을 위해 여권을 들고 스웨덴에 다녀 올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의 일정은 결혼식 일주일 전에 스웨덴에 들어가 결혼식을 진행한 후 그 주 주말에 아일랜드로 나가는 일정. 함께 가는 가족들이 길게 휴가를 낼 수 없고,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 없는 엄마를 혼자 들어오시라고 할 수도 없어 반드시 나도 일정을 맞춰야 한다. 이에 결혼 전에 서류를 발급받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



해당 서류가 없으면 시청이나 교회에서 결혼식을 할 수 없다. 결혼식 후 혼인신고를 진행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는 야외에서 구색만 갖춘 우리만의 결혼식을 하고, 결혼을 위해 들어간 기간동안 skatteverket에 방문해 서류를 제출하고 여권을 신분증명을 한 후 서류가 나오면 스웨덴에 다시 들어가 혼인신고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결혼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대충 장소, 식사, 의자, 마이크, 스피커, 그 외 각종 장식들.


나는 한국에서, 남자친구는 아일랜드에서 장소와 식사를 알아보고 각종 물건들을 대여해야 했다. 통화? 당연히 어렵다. 남자친구가 아일랜드에 있는 한 스웨덴의 업체들은 국제전화니까. 메일? 보내도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여러 군데를 알아보고 찔러봐야 했다.



장소는 미리 볼 수 없다. 온라인 상으로 보는 사진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꾸밀지 생각해야 했다. 식사? 먹어볼 수 없다. 마이크, 스피커, 그 어떤 것도 테스트 해볼 수 없다.



"이게 될까?"


결혼식을 약 3주 남겨두고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말.


실제로 봤는데 우리 생각이랑 다르면 어쩌지? 실제로 사용해보니 성능이 별로면 어쩌지? 실제로 갔더니 장소가 생각보다 작으면 어쩌지? 등등, 불확실한 것에서 오는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말한다.

"기도하면서 인도받자! 어차피 우리끼리 하는 결혼식이니 좀 엉망이어도 재밌는 추억으로 남을거야. 파티잖아, 즐기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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