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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이 Jul 16. 2024

더블린을 떠나기로 했다(3)

새로운 매물 탐색

집주인과 의논 후 연락을 준다던 에이전시는 다음날까지 연락이 없었다. 경험이 전무했던 우리는 그저 에이전시 일처리가 늦겠거니 생각했고, "늦으면 늦는다고 알려나 주지" 하며 투덜댈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 날.

퇴근길에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미안하지만 처음 높게 bidding했던 팀에서 집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어. 그쪽에 우선권이 있는데 더 높게 bidding할래?"


헐..

드디어 집을 사겠다고 생각하며 부풀었던 기대가 와장창 깨졌다.

이미 저쪽은 구매 의사를 한 번 철회했고 우리에게 집을 팔겠다고 했으니 저쪽이 다시 구매 의사를 밝히더라도 우리에게 주는 게 맞지 않나 싶었으나 집주인의 결정이라는데 뭐라 할 건덕지는 없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남편 역시 매너가 아니라며 화를 냈지만 이미 우리 손을 떠났는데 어쩌랴. 상황을 받아들인 우리는 다시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 후로 여기저기 뷰잉도 다녔지만 썩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고, 3주 정도가 소득 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매물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음에 걸리는 건 오직 하나, 더블린에서 꽤 멀다는 것.

남편에게 매물을 보냈다.


"오늘 일 마치고 뷰잉 갈래?"


남편은 망설였다.

우리가 거의 살 뻔 했던 집이 있었던 동네는 카운티 킬데어에 위치한 Newbridge. 더블린에서 출발하는 다트(근교열차)나 기차, 버스가 꽤 자주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매물이 위치한 동네는 카운티 위클로의 Arklow. 교통편도 불편할 뿐더러 버스든 기차든 두 시간은 걸린다. 퇴근하고 뷰잉을 갔다 돌아오면 얼추 계산해도 거의 자정. 꺼려질 만했다.


하지만 나는 이 집을 꼭 보고싶었다.

그 이유는,


1. 한적한 곳에 위치함. 더블린의 북적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큰 매력이었다.

2. 산, 바다를 끼고 있는 동네.

3. 리모델링이 제법 된 것 같은 내부.

(이 중 3번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쓰겠다....)



남편에게 함께 가지 않으면 혼자라도 다녀오겠다고 했고, 귀가 시간이 늦어질 것을 염려한 남편은 나와 동행해주었다.


기차를 타고 더블린에서 약 2시간 정도가 걸려 도착한 도시 Arklow.

(친절하게도 에이전시에서 차가 없는 우리를 위해 기차역까지 나와주었는데,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지금에서야 이게 얼마나 큰 배려였는지 와닿는다. 택시도 다니지 않아 잡기 어렵고, 타운 내에서 다니는 버스는 Local Link라고 불리는 작은 버스인데, 우리 집쪽으로는 전혀 오지 않기 떄문이다. 차가 없을 경우 유일하게 선택할 있는 옵션 뚜벅이... 기차역에서 40분을 걸어야 우리집으로 수 있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이었지만 집은 제법 마음에 들었고, 에이전시에서는 현재 이미 뷰잉이 몇 차례 진행되었으나 최종 bidding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아 뷰잉을 다시 진행하는 거라고 했다. 현재 새롭게 등록된 광고의 가격이 최종 bidding 금액보다 높으니 이 금액을 그대로 제시해도 우리에게 낙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뷰잉을 온 길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



당시 공고에 올라왔던 사진 중 일부



딱 하나, 두 집 사이에 끼어 정원으로 가는 옆문이 없다는 게 아쉬웠는데 남편이 내게 "자기 추위 많이 타잖아. 이런 샌드위치 집이 따뜻해ㅋㅋㅋㅋ" 하고 농담을 건넸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단점이 사라져버렸다.



더블린에 비해 제법 시골이므로 동네를 돌아보고 정말 이 도시에 살아도 되겠는지 생각해보라는 에이전시의 조언에 따라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일랜드의 여름은 해가 제법 길어 다행히 고속도로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왼쪽으로는 산이 펼쳐진 풍경은 나를 설레게 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아침.

나는 에이전시에 bidding 이메일을 보냈고, 주말이 지나 월요일. 집이 우리에게 최종 낙찰되었다는 답신을 받았다.


우리는 모든게 순탄할 거라고 믿고 상당히 기뻐했으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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