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울산 다운초(2)
너무 좋아 다툼이 많은 체육시간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시간은 무엇일까? 예나 지금이나 답은 '체육시간'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이들은 합법적(?)으로 소리도 치고 활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육을 너무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다른 시간에는 보통 축 쳐진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이끌어 낼 방법을 찾는 다면 유일하게 반대로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억제시켜야 되는 과목이기도 해서 지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전담교사가 있다.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로 인해 다툼, 시비, 싸움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체육시간에 활동에서 그 반의 서열(?)을 볼 수 있다.
체육전담교사를 하다 보면 체육시간에서 그 반에 센 녀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평소 수업시간에 조용하던 싸움 잘하는 녀석들도 그 시간 만큼은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어느 학년이든지 체육에서는 힘 있는 수컷의 본능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녀석들은 잘 구슬리고 다뤄준다면 체육시간을 좀 더 수월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가 있다.
복직하고 여름방학이 가까워지던 쉬는 시간에...
2005년 한 해를 체육전담교사로 열심히 하고 군대 생활을 마친 뒤 2008년 다시 슬프게도(?) 체육전담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군에 있을 동안에 학교 강당이 완공되어 햇빛을 피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때도 한참 6학년 한 반 체육시간을 마치고 다른 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체육 용구를 제자기로 갖다 놓고 있을 때였다. 체육은 수업을 마치면 아이들이 가장 늦게 빠지고 수업 시작 전에 가장 빨리 와 선생님들이 쉴쉬간을 주지 않는다. 3교시쯤이었던 것 같다. 강당 쪽 입구에 웅성웅성 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욕설이 내 귓가를 때렸다.
"야이... 십xx야, 네가 먼데 내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내가 언제? 네가 먼저 했잖아."
고성이 들리는 위치에 방금 마친 학생들과 다음 수업 학생들이 그 두학생을 둘러싸고 있었다. 보통은 이런 경우 남자 선생님들은 아주 큰 소리로 엄하게 소리치면 싸움이 중단되거나 선생님께 와서 해결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비를 건 남학생은 그 반에서 제일 세 보이는 녀석이고 평소에도 남자다움이 넘치는 녀석이었다.
난 큰소리로 외쳤다.
" 야!! 그만!! 그만해!! 한번 더하면 가만히 안 둔다!! 교실로 가!!
나의 큰 목소리가 강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근데 이 녀석이 내 말을 무시한 체 주먹으로 상대방 아이의 팔뚝을 치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빡 도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말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 아이를 때리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도 우리 반에는 주먹다짐이 별로 없다. 나의 큰 키에서 나오는 위협과 목소리 때문이지 않을까(?)
" 야이 개 xx야"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내 몸은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대 더 치려는 그 녀석의 엉덩이를 향해 날아 차기를 해버렸다. 그 순간 모든 아이의 시선은 놀라움으로 변했고 웅성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의 어설픈 날아 차기에 맞은 녀석은 휘청거리며 나자빠졌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흐아앙..."
내 예상과 달리 덩치 크고 남자답던 녀석이 유치원 아이들이 우는 것처럼 큰소리를 내며 오른손으로 눈물을 격하게 닦았다. 그제서야 내가 뭔 짓을 해버린지 깨달았다. 난 얼른 녀석을 일으켜 세운 뒤에 말했다.
" 선생님 말 들었어 못 들었어? 하지 말라고 했잖아... "
난감해하며 난 다른 아이들을 얼른 교실로 보내고 두 녀석을 남겼다. 그리고 선생님도 화가 나서 너처럼 하면 좋겠냐고 나름 합리적 변명을 늘어놓고 사과를 했다. 요즘 같으면 난 아마 학부모에게 고발(?)을 당할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후 그 녀석도 나도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더 사이좋게 체육시간에 잘 지냈던 것 같다. 가끔씩 많은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뛰놀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