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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달쌤 Dec 08. 2020

선생님~ 제 돈이 자꾸 없어져요.

#3. 울산 다운초(3)

     학급에서 자주 일어나는 분실(?)은
대부분....



학교에 있다 보면 학급에서 아이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선생님... 제 지우게 없어졌어요" , 선생님... 제 천 원 없어졌어요." , 선생님... 휴대폰이 안 보여요." 등등...


신규 때는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당황하거나 아이들의 분실물들을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했었지만 열에 아홉 이상은 집에 두고 오거나 주변 친구들이나 내가 찾으면 금방 찾는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도 십여 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반아이를 만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첫해 담임을 할 때 빼고는.......



           
     선생님   없어졌어요... 나도...
 샤프도 없어졌어요.

2009년 5학년 첫 담임을 할 때였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었고 아이들에게 푹 빠져 산 한해였다. 아이들이랑 얼굴도 익히고 어느 정도 반이 자리 잡을 무렵 똘망한 여학생이 돈이 도 없어졌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선생님 제가 분명히 가방 앞 주머니 자크 열고 1000원을 넣었어요 아침에 근대 없어졌어요."


난 으레 있는 일이거니 했지만 갑자기 뒤에서 저도 500원 없어졌어요 나도 지난주에 1000원 없어졌어요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그리고 어떤 녀석은 샤프, 지우개도 잃어버렸다고 했다. 무언가 조짐이 좋지 않았다. 우선 아이들을 다 앉힌 후에 최근에 없어진 돈이나 물건 있는 물건이 있는 사람을 손들게 했다.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탐정 모드 돌입... 범인을 잡아라!



우선은 기회를 줬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모두 눈을 감게 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용서할 테니 조용하게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마치고 조용하게 선생님께 이야기해도 된다고 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난 회유에서 협박으로 바꾸었다. 이것은 심각한 범죄이며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고... 겁이랑 겁은 다 주었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우선 반 아이들과 학년의 협조를 구하고 다른 반 아이일 수도 있으니 아이들에게 좀 더 조심하라고 일렀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며칠은 잠잠했다. 아이들이 교과 시간(영어나 체육)에 학년 연구실이 아닌 교실을 지켰다. 별다른 낌새가 없었다. 그러나 보름 정도 지나자 나도 긴장이 풀렸도 학년 연구실에서 할 일도 있고 해서 자리는 비우게 되었다. 그리고 또 분실사고가 터졌다. 정말 열 받았다. 아니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점점 마음속으로 외부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때였다. 생소한 얼굴의 다른 학년 학생이 와서 나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이야기했다.


" 선생님 아까 이반 체육 시간에 연두색 반바지에 주황색 옷 입은 아이가 선생님 반에서 혼자 늦게 나오는 것 봤어요."


옷 색갈이 눈에 잘 띄는 색이었다. 그리고 체육을 마치고 아이들이 오는데 영철(가명)이 옷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까 말한 색이랑 똑같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슬프지만 내 선에서 해결하자.


다행히 점심 후 5교시도 음악이어서 학생들이 교실을 비웠다. 난 기도하는 마음으로 영철이 책상으로 갔다. 사실 영철이는 그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부모님 몸이 불편하셨다. 학교에 이것저것 지원을 받는 우리 반 두 명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학교에서 좀 늘 주눅 들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책상 안에는 별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방 안을 살펴보았다. 책이랑 공책이 너저분하게 가득 들어가 있었고 없어진 물건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가방을 제자리에 내려놓으려는 찰나...... 책의 위치가 너무 가방 안에서 위로 올라와 있었다. 난 책을 다 빼냈다. 책가방 안에 통신문들이 갈려 있었다. 책을 빼도 묵직한 가방을 뒤집었다.


' 와르르...'


핑크빛, 노란색, 주황색 필통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각 종 학용품이 쏟아졌다. 너무 놀랐다. 그리고 그 녀석의 눈빛을 생각하니 슬퍼졌다. 난 원래 위치로 다 두서없이 넣어두고 아이들이 돌아오자 별일이 없다는 듯이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영철이와 상담이 있으니 남으라고 일러두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하교하고 영철이와 난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 영철아... 선생님한테 할 말 없니?"


영철이는 고개를 숙이고 별말이 없었다.


" 너 애들 물건 가져갔어?"


목소리가 올라갔다. 영철이는 흠칫 놀라더니 아니라고 잡아뗐다. 난 화가 나서 가방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축 처진 어깨가 더 마음이 쓰였다.


" 너 가져간 거 맞지? 가방에 있는 거 알아..."

" 아니에요... 제가 안 했어요." 녀석은 마지막 저항을 힘없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난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여기서 버릇을 못 고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난 책상 위의 30cm 플라스틱 자를 집어 들었다.


" 종아리 걷어!!"


녀석은 겁에 질려 있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지만 내가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난 힘 껏 녀석의 종아리를 내리쳤다. 두 대만에 자가 부러져 버렸다. 녀석은 울면서 손을 싹싹 빌었다.


"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지만 난 또 다른 자를 찾았다. 녀석은 더 크게 울면서 빌었다. 나도 마음이 찢어졌었다. 잠시 후 다시 다시 영철이를 자리에 앉히고 그동안 가져간 물건을 다 써보라고 종이를 줬다. 한 장 종이에 빽빽하게 온갖 물건들이 다 써져 있었다.


" 영철아... 선생님이 아까 때려서 미안해... 너 앞으로는 안 그럴 거지?"

" 네... 선생님 잘못했어요."



보통은 이런 도벽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정도 사건이면 부모님께 연락을 해드려야 한다. 영철이의 부모님을 생각하니 선 듯 말하기가 어려웠다. 난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영철이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한 해가 지난 후 난 대구로 전출을 갔었고 첫 번째 제자들을 잊지 못해서 2010년 여름방학 때 울산에서 반팅을 했다. 다행히 영철이도 왔다. 그리고 훨씬 밝고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영철이는 어색하지만 나에게 순박한 미소를 보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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