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혼자만의방 Feb 16. 2024

예술가가 되겠다더니 놀고만 있다.

그래. 조금 씨니컬했지만.

정말 그렇다. 내내 소설보고 글을 끄적거리고

넷플릭스 보고 넷플릭스 자막을 인쇄하고

연기 연습하다가

로즈앤그레고리의 바브라 스트라이샌즈가

캣츠의 메모리를 부른 그 엄청난 목소리의 주인공임을 알게되고

그녀의 연기와 노래, 아니 그녀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능력과 확신에

경의를 표하고

나를 자책하기에 이르렀다.

이마트에 가서 개원 중에 사놓았던 신세계 상품권을

남용하리라 결정하고

늘상 죄책감을 느끼던 한우에 딸기, 샤인머스캣에,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에 치즈까지!

마구 구매했다.

그리고 지금은 냉동감자튀김이 에어프라이에서 튀겨지고 있다.

꽉찬 카트를 이리저리 끌고 미친듯이 찾아낸 타르타르 소스와 함께.

정말 타타르 소스는 타르타르 소스 맛이 날지 정말 궁금하다.

저 케이준 감자튀김에는 타르타르 소스를 찍어먹어야 제맛이다.

이마트에 없는 것들은 컬리에서 주문하면 된다.

근데 오늘 쇼핑해보니 컬리가 참 좋은 곳인 것 같다.

소량판매하고 결국 조금더 싼 것 같지만

이마트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게된다.

물론 오늘은 그제산 연노랑 가디건을 입고 어딘가에 너무나 나가고 싶어서

벌인 일이었다.

어디라도 나가야지 먹고 놀기만 하니 에너지가 남아돌아

식욕, 성욕, 수면욕 등등 모든 기본 욕구가 팽창 중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왔던 걸까?

젠장 너무 행복하잖아. 이러면서 살이 찌고 그래서 다이어트를 했던 건가?

절제와 쾌락, 이성과 감성, 안정과 호기심.

진리는 그것들의 조화가운데 있는 것일까?

내가 느끼는 것을 검열하고 있다.

성시경과 신동엽이 새로 시작한 성에 관한 예능 시즌 3의 예고편을 보았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찍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MC 둘을 제외한) 나뭇잎으로 가려진 나체로 등장했다.

그들은 나체로 뛰었고 나체로 요가를 했고 나체로 수영을 했다.

난 누군가에 비하면 보수적이었고 누군가에 비하면 진보적이었다.

벗는게 뭐 대단한 일이라도 되냐며 비난했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그러게.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분명 거기에는 어떤 주장하는 가치가 함유되어 있을텐데.

성이 아닌 몸을 주장하고 싶었던 걸까?

죄책감과 수치심없는 자연인으로 되돌아가고 싶은걸까?

선악를 따먹기 전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말이다.

모든 것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좋다. 시간의 제한 없이 누군가의 비난이나 판단없이

끝없이 자유롭게 사고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게

매일 나를 벅차게 하고 숨쉬고 싶게 한다.

김형석 교수는 말했다.

외로운 사람은 자신과 대화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이 조금 틀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받아들인 의미는 그러했다.

나와 대화하기 시작하니 외롭지 않다.

나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첫번째 독자는 자신이 되는 것이다.

내게 받아들여진  언어들이 타인에게도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는 만나지 않아도 친구로 느껴질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어도 조금만 이야기가 길어져도 지루해하는데

수백쪽이나 되는 내가 쓴 책을 읽어준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정말 감사하고 반가울 것 같다.

너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고민하는 것을 고민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너도 가치있게 여긴다면

얼마나 벅찰까?

나는 사람이 함께 있는게 혼자있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니다.

과거에는 그렇게 믿었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게 독자가 있다는 건 정말 연대감이 느껴질 것 같다.

어쩌면 그런 기대때문에 오랜동안 글을 쓰는 두려움에 갇혀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한테 조차 들려주지 않았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독자이자 청자인

나를 무시했던 것이 아쉽다.

그러나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지만

오늘 밤도 새벽도 남아있다.

감자튀김이 다 익었다.  

맛있겠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작가의 이전글 물 흐르듯 그렇게 살아도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