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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자만의방 Feb 12. 2024

물 흐르듯 그렇게 살아도 된다.

바닷길을 기분 좋게 걷고 있었다.

개 한마리는 개 가방에 걸고 한마리는 안고.

근데...어느 아재가 개 한마리를 가방에 걸고 걷고 있었다.

아닐거야..

그런데 다른 아재 한 명이 개 한마리와 걷고 있었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지금의 내 모습이 중년 아재와 닮았을 리 없어.

그렇게 바닷가에 오리 한마리를 아주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을 무렵

모래 사장 구석에 아재 한명이 강아지를 데리고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렇게 한 시간이 안되는 시간 동안

강아지와 동행하는 아재를 5명을 보았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도 또 보았다.

그렇구나...

저들이 가족이 있건 없건

이혼을 했건 결혼을 했건 싱글남이건

강아지 한마리와 홀로 바닷가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

꼭 나와 같구나.

나와 행복한 포인트가 같구나.

아무도 자신과 즐거움을 공감할 수 없고

그저 강아지 친구와

이 바다를 누리고 있구나.

외로운 행복을 누리는 코리안 아재.

지금까지 누군가를 위해 또는 생계를 위해 일하거나

또는 도태되어 또는 늙어서

이제는 자신의 삶과 행복을 위해

우리는 다 이 곳에 모여 각자 배회하고 있구나.

고생했어요. 아재들.

나도 참 고생했다.

고작 고생 끝에 내 삶이 아재와 닮아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그들이 어디가 어때서?....

갑자기 결혼도 안하고 애도 없이 사는 독신남의 자살률이 떠올랐다.

아재들은 자신을 위해 살 수는 없는걸까?

나 또한 지금까지 그랬다.

나는 뒤로 미뤘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기대를 충족시키고 칭찬받는데 익숙해져버린 나는

내 욕망은 무엇인지

나는 어떨 때에 행복을 느끼는지

잊어버렸고 아니 알지 못했다.

알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모두가 행복한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행복한 것이라도 나를 몇번이나 설득했다.

그러나 나는 불행했다.

모두의 기대를 산산히 부셔버리고

혼자가 되고 싶었다.

아니 그래도 남아있을 사람이 있기를 원했다.

그저 나여도

당신의 기대대로 행동해주지 않아도 사랑해줄 사람.

아쉽게도 없었다. 그런 사람은.

그런데 그 사람이 내가 되주면 안될까?

내가 나의 행복을 빌어주고

나를 사랑해주고

행복할 때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면 안될까?

너를 위해서 살아도 괜찮다고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고

먼저 네 자신을 챙기고 그 다음 다른 사람을 챙기라고.

누군가가 널 챙겨주길 기대하고

네가 챙겨주었던 사람이 너의 행복을 빌어주지 않는다해서

상처받지 말고

그들에게 주고 싶은 것을

아니, 그들에게 받고 싶은 것을

네 자신에게 먼저 줘보라고.

내 목소리는 내게 그렇게 속삭였다.

그래. 그럴께.

나는 읽고 쓸 때 행복해.

너 따위가 작가가 되겠냐고?

몰라. 몰라. 몰라.

그런 때 행복하다고.

혼자 걷는 게 좋고

걸을 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글쓰는 사람들한테만 공감이 가는 걸 어떡해.

그 글을 읽거나 듣거나 볼 때만 행복한 걸 어떡해.

글을 쓸 때면 나의 이야기를 쓸 때면

너무나 행복한 걸 어떡해.

그럼 작가아냐?

그게 꼭 남의 기대대로 쓰고 누군가가 좋아해주고 잘 팔려야

작가인거야?

세상의 정의가 무엇이든

남이 무엇을 기대하든

나는 그냥 이렇게 살아볼래.

스토리를 치유의 힘이 있으니까.

골방 아줌마 작가, 독자로

나부터 행복하게 만들어볼래.

매일 매일 작품을 써내는 예술가로.

작가는 예술가니까.

나의 삶을 재료로.

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남의 기대에 어긋나 혼자서 늙고 병들고 외롭게 죽어가는 것이 두려워

먼저 자살하고 싶지는 않아.

일상적인 것이, 인간적인 것이 가장 고상한거야.

두렵다고 도망치지 않을래.

나는 나를 무조건 긍정할래.

그렇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살아갈래.

가다가 돌에 부딪혀도 넘어 갈래. 타고 흘러 갈래.

어떤 물고기 역류해도 나는 그냥 흘러 바다로 갈래.

나의 속도로.

가파르면 빠르게 완만하면 느리게

그렇게 졸졸졸 흘러갈래.

내가 냇물인지 강물인지는 나도 몰라.

얼마나 큰 유량과 유속을 가졌는지

얼마나 맑은지 깊은지 나는 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때론 비가 와서

그것이 변한다해도

물이란 물이고 유동적이지만 결국 그 고유함은 변하지 않지.

겨울이 되면 얼었다가 봄이 되면 녹고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너도 나도 찾아왔다가

가을이 되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지.

물은 버림받은 적도 사랑받은 적도 없어.

그냥 생명의 원천으로 그렇게 존재하지.

그렇게 너도 존재하지.

그러니 마음껏 물흐르듯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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