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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자만의방 Feb 11. 2024

나를 찾는다는 건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일인거 같아

앗. 12시반?

어제 3시 40분까지 시계를 봤으니까...

잘 잤다.

불면이 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감사한 일이다.

강아지 밥을 안 챙겨왔다.

작은 사료는 팔지 않을 테고

햇반을 사야할까?

햇반이 얼마더라?

고작 2000원 정도도 저 사랑스러운 내 새끼를 위해 아까운거니?

돈 계산부터 돌리고 있는 내 자신에게 구역질이 난다.

어제 친구와 나눈 이야기.

경제 관념이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다시는 안 만난다. 근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계산적이고 의심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러게. 그런가?

계산적이고 의심이 많다...누구나 조금은 계산하고 의심이 있는데

누군가를 계산적이고 의심이 많다고 말하려면

정규분포 곡선을 알아야할 것 같다.

시험천재였던 베프의 말이 생각난다.

언어영역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어?

보기에서 70%의 사람들이 생각할만한 것을 골라.

보편적인 생각을 고르는거지.

근데...그걸 어떻게 알아?

그래서 참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거야.

사람들이 대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외우는거지.

음...영원히 언어영역은 못하겠구나.

언어로 먹고 살긴 글렀네...

그런데 여전히 언어영역의 보편성에 걸려있다.

그래서 나는 계산적인거야 아닌거야?

의심이 많은거야 적은거야?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위해 500문항이 넘는 미네소타에서 개발한

자기보고식 검사를 시행하나봐.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를 알기위해 돈을 내고 예아니오 2지 선다형 문제나 풀고 있다는 게 말야.

나를 안다는 것은 비교를 통해서 밖에 알 수 없게 되었구나.

됐어. 안해.

의심이 들어. 계산이 들어.

많다, 적다 판단하지 않을래.

예전의 베프는 그래. 계산적이었어.

아니 경제관념이 뚜렸했어.

부자였어. 지금도 부자야.

나는 거지 같이 실패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성취중이야.

근데... 먼저 연락 한번이 없네. 정없는 년.

결국 우정이란 그런걸까?

아님 내가 계산적이어서 우리는 서로 도움이나 주고 받는 그런 사이였던 걸까.

이제는 서로에게 쓸모없는 그런 거.

근데 그런 우정이면 안되나?

우정이 뭐지?

하여간 틀리건 맞았건 이젠

모르면 모르겠다고 할 수 있고

실수하고 실패해도  다시 기회가 있는

그런 생을 살고 싶어.

그러고 보니 어느 한쪽으로 판단하는 것도 이상하네

의심이 들다가 믿기도 하다가

성공도 했다가 실패도 했다가

멋있었다가 찌질하다가

그게 진실인데 어느 한쪽으로 사람을 판단하려 한다는 게 말야.

나를 찾아간다는 건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일인 것 같아.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해지는 일들인 거 같다.

그닥 멋진 인간은 아니라

내게는 엄격한데 남한테 관대하긴 좀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

도덕적으로 말야.

나한테는 관대한데 남한테 엄격하기는 좀 치사한 느낌이 들어.

그러니 나부터 먼저 봐주고 신에게 감사하고 남을 봐주는 게 가장 정신적으로 건강하겠어.

봐준다는 건, 좀더 어려운 말로 용납한다는 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아! 거리를 둬야 가능한 거 같아.

내게도, 타인에게도 말야.

왜 그러냐고?

음...아직 설명은 잘 못하겠어.

그냥 느낌이 그래.

나중에 더 알게되면 설명해줄께.

눈을 들어 베란다를 바라보니

햇살에 반짝이고 안개에 부서지는

에메랄드 푸른 빛 비단결같이 느리게 일렁이는 바다가 보였어.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지

그래. 이거면 됐다. 이 바다면 됐다...

근데 뭐가 됐다는 걸까?

이놈의 물음표는 나에겐 숙명인가봐.

심심하지 않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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