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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자만의방 Feb 16. 2024

자꾸 괜찮다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이렇게 괜찮아도 되나.

그게 요즘 계속 머릿 속에 드는 의문이다.

하...어떤 세상을 살아온거냐.

어떻게 살아온거냐.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온거냐.

삶이  소풍인 네가

삶이 전쟁인 사람들 틈에서

얼마나 힘겹게 그들의 불안을 대신 짊어 진채로 살아온거냐.

저기요. 지금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요. 언제 놀껀대요?

네? 집사면요? 취직되면요?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결코 노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전쟁이 아니라고 지금 휴전중인지는 몰라도

평화롭다고 설득되지 않아서

그냥 전쟁 중이니 나를 버리고 가라고

나는 더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고

근데 진짜 버리고 가더라.

와아... 진짜? 전쟁중인데 버리고 가는 구나.

어쨋든 그렇게 버려져서 소풍같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잠이 오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와...이렇게 살아도 되는건가? 사람들은 이렇게 산건가?

혹시..이게 보상인가? 그동안 열심히 산 인생에 대한?

근데 나는 너무 괜찮은데 사람들이 자꾸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특히 부모님이...

뭐지? 부모님이 하란대로 다 해드렸는데

너무 괴로웠다. 인생이 힘들기만 하고 언제까지 미래만 대비하고 살아야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그 때는 불안해보이거나 힘들어보인다고 안하시더니

지금 너무 괜찮은데 심지어 너무 괜찮아서  이상할 지경인데

왜 자꾸 나한테 괜찮냐 하시는 걸까?

그들이 괜찮지 않은 거 같다.

직접 경험하는 나도 너무 좋아서 당황스러운데

뭐야. 나 행복한거니?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라며

근데 이거 이렇게 일상적으로 와도 되는거니. 엄청 노력해서 와야하는거 아니니.

그래 불안하다면 그게 불안하겠다.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을 계속 누리고 싶다는 욕망.

다시는 경쟁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누구를 위한 성공인지 모를 성공을 위해

애쓰기 싫어졌다.  

그럼 나는 인생에서 이제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하지?

애쓰지 않으면서 살아도 되는 건가?

와...이런 것을 불안해하는거냐?

너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니.

내 자신이 불쌍해졌다.

학대 받아온 강아지가

따뜻한 밥과 자유가 가득하고 폭력도 억압도 명령도 없는 곳에서 살게 되었을 때

한동안 어리둥절할 그 모습과 흡사했다.

나를 학대한 사람은 누구일까.

혹시 나 스스로 나를 가둬온걸까.

어린 아이에게 무슨 힘이 있었겠는가.

그렇게 보고 배우고 자란 소녀가 나이만 먹어 어른이 된다한 들

무슨 힘이 있었겠는가

폭력을 거절한다는 것.

학대에서 빠져나온다는 것

오롯이 혼자일 수 있다는 것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다는 것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일임을

자신의 변하면 인생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다.

다같이 행복해지고 싶다.

왜? 나를 위해서. 같이 놀면 즐거우니까.

나를 책임져줄 사람은 더이상 필요치 않다.

남자가? 누가? 누가 나를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나 스스로를 챙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나의 아이성을 짓누르는 것은 폭력이다.

진짜 어른은 아이성을 즐겁고 사랑스럽게 받아준다.

나는 나의 아이성이 즐겁고 사랑스럽다.

우리가 서로에게 그래 줄 수 있다면

함께여도 행복할 것 같다.

아직은 단단하지 않은 갑각류가 탈피를 하는 과정이다.

바위 옆에서 맨살을 드러내고 있지만

다시 갑옷을 입었을 때

나에게 새롭게 피어난 내 것인 껍질을 입었을 때

밝은 곳에서 보자.

내 집게발로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고 파도를 용기있게 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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