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어제저녁에 다 싸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 혼자 여행 가는 죄책감에 집안일을 이것저것 해놨다. 국은 어제 끓여 놨고 거실 청소와 월요일인 아파트 분리수거를 대비해 재활용 쓰레기들을 종류 별로 다 분류해 놨다.
그리고 공항 가서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일찍 집에서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울산에서 김해공항까지 한 시간이면 가는데 10시에 집에서 나왔다. 비행기 시간은 1시 반이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 아쉬운 날씨였지만 공항버스는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12시가 채 되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이고 해서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외모만 봐선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설레하는 표정들과 풋풋함이 너무 좋았다. '좋을 때다'라는 말이 내 입가에 맴돌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공항 2층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수속을 했다. 김해공항 국내선에 그렇게 많이 가놓고도 수속하고 들어가서 면세점을 찾았다. 공항만 가면 자동으로 면세점이 머리에 입력이 되나 보다. 참고로 김해공항 국내서 출국장에는 면세점이 없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하고 잠깐 졸다가 일어났더니 제주땅이 보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슬슬 설레기 시작했다. 캐리어를 끌고 공항밖으로 나와서 렌트카 업체의 버스를 타고 렌트카 회사로 갔더니 내가 예약한 녀석이 쌍심지를 켜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 녀석을 타고 내가 제일 먼저 간 곳은 함덕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서귀포 권역의 올레길을 걸을 예정이라 숙소도 서귀포에 잡았다. 하지만 함덕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가족들과 여러 번 갔었지만 그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고 싶었다. 함덕 해수욕장 앞의 스타벅스에 갔는데 흐린 날씨 덕에 에매랄드 빛의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제주라서 좋았다.
그곳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서귀포의 이번 여행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숙소가 이중섭 거리 바로 옆이라 이중섭거리를 지나 올레시장으로 향했다. 저녁 시간이지만 올레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평소에 줄을 한참 서야 살 수 있는 땅콩만두집에 웬일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 얼릉 두 팩을 샀다. 그리고 분식집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순대도 한 팩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