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정확했다. 비가 약간 흩날리는 수준이라면 올레길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준이 아니었다. 에라이 이렇게 된 거 놀고 보자.
아침에 커피가 급 당겨서 찾은 유동커피. 숙소 근처에 있고 시간 때 잘못 맞춰서 오면 줄 서서 마셔야 하는 커피집이다. 커피의 맛, 산도나 고소함에 따라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오늘의 스페셜 커피를 선택했다. 다른 아메리카노보다 천 원이 더 비쌌지만 과감하게 선택했다. 아이스였지만 여태 먹던 커피와는 다른 맛이다.
카페이름이 왜 유동커피인지 궁금했는데 내부에 전시된 바리스타대회 상장과 트로피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여기 사장님 성함이었다.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들고 차에 앉아서 어디 갈지를 고민했다. 서귀포권에서 가보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내 기준에서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럼 올레길은 아니지만 내일부터의 올레길 걷기 연습 삼아 좀 걸어볼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가 송악산이 생각났다. 송악산 둘레길 그 자체가 올레길의 일부이기도 하고 그리 먼 코스가 아니라 연습 삼아 가볍게 걷기에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연습용이 아니었다. 거의 반 이상 걸은 상태라 뒤돌아가나 그냥 한 바퀴 도나 별반 다른 게 없는 상황이라 한 바퀴 다 돌았다.
송악산 둘레길 한 바퀴 돌고 근처 스벅에서 아메리카노를 먹으면서 한 숨 쉬었다. 그러고 나니 밥때가 되어서 주변을 찾아보니 해물라면집이 있었다. 또 제주 왔으면 해물라면 한 번 먹어줘야지
주문은 자리에서 태블릿으로 하고 결제까지 되어서 간편했다. 각종 해물이 들어가 있는 라면은 안내되어 있는 대로 라면스프를 쓰지 않아서 깔끔하게 매콤했다. 국물까지 원샷하고 빵빵해진 배를 들고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와이프 명을 받들어 면세점으로 향했다. 면세점에서 와이프 가방을 하나 구매했고 나도 양주 한 병을 살려고 했는데 내가 사고 싶은 술은 요즘 구하기가 어렵다고 면세점에 없었다. 그리고 면세점에서 나와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마트에 가서 물이랑 이것저것 몇 가지 구매하고 숙소로 왔다.
아직 잠들 시간은 되지 않았고 어제 좀 늦어서 포기했던 천지연폭포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가까워서 걸어서 가기 충분하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이른 저녁임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한산한 느낌이었다. 아이들과 아이프랑 영상통화로 폭포도 보여주고 돌아오는 길에 새연교까지... 아주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