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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드랑 Feb 22. 2024

[남미에세이] #9 절묘한 만남

페루_쿠스코_Cuzco

Travel Route | 페루 - 칠레 - 볼리비아 - 아르헨티나 - 브라질 |

페루 여행 | 리마 - 와라즈 - 쿠스코 - 마추픽추 Machu Picchu - 쿠스코 


⌜절묘한 만남⌟

쿠스코 볼리비아 대사관 입구의 하늘


절묘한 순간에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만남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쿠스코를 떠나기 전날, 다음 여행지인 볼리비아로 입국하기 위해 볼리비아 대사관을 들려 비자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대사관에 찾아갔더니 미리 준비해 간 서류들이 죄다 잘못되었단다. 필요한 서류를 모두 다시 다운 받아서 비자 발급까지 완료해야하는 상황이 폭풍처럼 덮쳐오니 얼마나 눈 앞이 깜깜하던지. 언어도 통하지 않고, 핸드폰 데이터도 없다. 급히 대사관 전화기를 빌려 묵었던 호텔에 연락해보니 호텔 프린터기는 먹통이란다. 


눈앞에 하얗게 되어 대사관 문 밖을 나서는 우리 남매가 기적처럼 만난 사람이 누구였을까. 쿠스코에서 만난 우리들의 천사는 바로, 문 앞에 서 계시던 택시 아저씨. 택시 아저씨였다!! 이게 무슨 만남인가. 분이 영어를 사용할 줄 아셨기 때문에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건넸고, 자그마치 3-4시간을 우리 남매와 동행하며 친절하게 도와주셨단 말이다. 어떻게 이런 귀인을 만났을까.


쿠스코의 천사 덕분에 현지 PC방에 무사히 입성했고, 필요한 서류 스캔부터 출력까지 일련의 과정이 착착 굴러갔다. 참고로 이날은 재학중이던 대학교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신청을 위한 자기소개서 제출 마감일이기도 했다. 다음 해 떠났던 미국 교환학생 시절이 나를 얼마나 놀랍게 성장시켜주었는지 생각하면, 6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향해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래, 참 절묘한 만남이다.


나 또한 이렇게 절묘한 만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해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을까.

그가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기에 우리를 도와줄 수 있었던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존재가 되려면 항상 내 자신을 치열하게 성장시키고 준비해놓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있을까 싶다. 누군가가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을 어느 날의 절묘한 만남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반드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베풀 있으려면, 


최소한 '도움을 건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므로.




2018/7/5 목요일의 기록

산토토밍고 교회 앞 광장 모습

마추픽추를 돌아보고 다시 쿠스코로 돌아왔다. 잉카 제국의 중심지였고, 스페인이 가장 먼저 정복했던 고산 도시 쿠스코는 잉카 문명과 스페인 식민 통치의 역사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였다. 과거 잉카의 신전들이 있던 곳에는 스페인 식민 지배 당시 세워진 바로크 양식의 교회와 성당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낮에는 고대 잉카 문명의 향기가, 밤에는 유럽풍의 화려함이 더욱 또렷해지는 낮밤의 다채로운 향연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산토토밍고 교회의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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