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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필 Apr 29. 2022

Bus Stop

단편집_1

심야 편의점 교대시간이 다가올 때쯤 사장님은 어김없이 30분 정도 일찍 와 이곳저곳 확인하며, 밤새 내가 일은 똑바로 했는지 확인했다. 아마도 저 뒤에서 한참이나 안 나오는 것은 CCTV를 돌려보고 있는 것이겠지.


"꿈이라는 건 정말 중요해."


뜬금없이 사장이 말을 걸어왔다. 5분만 있으면 퇴근인데.


"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 회사에 처박혀 삶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었겠어? 꿈을 가지고 나처럼 멋지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편의점을 재작년인가에 열었다고 한다. 근처에 술집이 많아 담배장사로도 먹고 살만큼은 버는 듯했다. 얼핏 회사를 다닐 때보다 두 세배는 더 번다고 얘기했었던 것 같긴 한데,  손에 낀 금반지, 금팔찌가 그가 얼마나 보여주길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재수 없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몇 마디 대꾸해주다 보니 9시가 퇴근인데 이미 퇴근시간은 5분이나 지났다.

짜증이 밀려온다.


"저 이제 퇴근이네요. 감사합니다"


무언가 할 말이 더 남아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었다. 그저 짤막하게 인사를 나누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덥다. 아직 5월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덥다니, 올여름은 정말 많이 더울 것 같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를 5분 정도 걸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버스 시간을 보니, 지금 막 한대가 지나간 것 같다.  


'빨리 집에 가긴 틀렸네'


한참을 기다려야 올 버스를 생각하며, 택시를 탈까도 했지만, 돈을 모아야 했기에, 그냥 버스를 기다리기로 하고 버스정류장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다.


나도 꿈이 있었다.

떠나고 싶었다.  돈을 모으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이라도 가고 싶었다.


파란 바다, 넘실거리는 파도, 눈 부신 해변.


하지만 떠나기엔 집에서 주는 용돈은 차비와 밥값만 해도 부족했고, 생활비도 해결해야 했기에, 학교 다니며 할 수 있는 일로 선택한 것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상대적으로 힘들지도 않았고, 단순히 졸음만 이겨낸다면, 그럭저럭 시급도 넉넉히 받을 수 있었으니까.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 떠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이 눈이 부셨다. 그 순간 귓가에 파도소리가 들렸고, 불어오는 바람에서 바다내음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 행복을 찾으려 하고 있었구나. 


저 멀리에서 버스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버스도 못 탈 것 같다. 

파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게 너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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