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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필 May 04. 2022

계획엔 버퍼(buffer)가 필요해

오늘도 자기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긴 나에게.

삶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내가 당장 1분 뒤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 지금 내가 행하는 또는 행하지 못한 것들은 역시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하기엔 버퍼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지.

-오늘도 행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핑계-


아마도 내가 가진 지금 오늘 세운 플랜 중 실행하지 못한 것들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하고자 하는 것 같다.


운동을 가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보정을 하고,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고. 이 모든 것들을 하루에 하려고 하니 내가 지금 몸이 열개라도 가능할 리가 있겠는가.

페이스 조절이 가장 필요하다고 얘기해놓고, 너무 신나는 나머지, 또는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마음이 급했다.

분명한 실수다.


처음 내가 주말이 아닌 평일에 자유를 얻은 날, 아침에 나는 5킬로미터를 뛰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고, 그날 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집에 와한 일은 바로 씻고 준비해서 산양 곶자왈로 답사를 간 것이며, 거기서 사진을 찍는데 거의 세 시간 정도 걸었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뿌듯했고, 대견했다.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하는 삶.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라 여기는 것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해야 할게 블로그에 글쓰기, 브런치에 글쓰기, 책 읽기, 공부하기, 사진 보정하기 등등 그냥 간단히 생각만 해도 해야 할 일 산더미였고, 그것을 끝내기엔 내 체력은 이미 바닥나버렸다.


다음날 가파도 일정까지 소화하고 나니 골반은 어긋난 듯이 똑바로 걷기도 힘들었고 종아리는 단단히 뭉쳤으며,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팠다. 

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골골 거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과유불급'


모든지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나는 분명 달리기를 통해 페이스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면서, 들뜬 마음에 너무 성급하게 행동한 것이 화근이었다.


난 분명 육체의 자유는 얻었는데, 마음의 자유는 얻지 못해 여유가 없었다.

계획이 너무 많았고, 내 체력을 맹신했다. 쉼이 필요했으나 제때 쉬지 못했다.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넣다 보니 마치 병목현상이 생겨버린 듯했다.


버퍼(buffer)라는 개념이 있다.

컴퓨터에서 중앙처리장치와 주변 장치들이 원활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메모리이다. 이 메모리로 인해 병목현상으로 정체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계획도 마찬가지로 버퍼가 필요한 것 같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쌓기만 하면 정체되어 제대로 할 수 없겠지만, 마음의 여유에 하나씩 해야 할 일을 담아가며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하나하나 꾸준히 끊기지 않고 이어서 해나간다면 결국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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