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색을 찾아서.
침대에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얼추 느껴지는 하늘은 오늘도 파란색이었다.
제주의 푸른 날씨. 상쾌한 봄바람, 풍경들.
이런 삶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의 끝엔 늘 항상 자리 잡고 있는 게 유튜브에 대한 욕구라 해야 할지, 욕심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 뭐라 부를지 모르겠지만 막연히 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끝난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운영은 해보았다. 한 1년 정도?
1년 동안 채널 구독자 수는 50명인가 60명인가로 구독자는 늘지 않았고, 그렇다고 조회수도 잘 나오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과거의 영상들은 여행을 다니며 찍었던 영상들을 모아서 만들었고, 내가 출연하거나 목소리가 나온다거나 하는 것도 없이 그저 풍경만 나오는 영상들이었기에, 사실 재미도 없고, 오래 볼만한 콘텐츠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식으며 사진 촬영에 매진하게 된 일반적인 유튜브 그만두는 과정을 겪었다.
그러다가 다시 유튜브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된 것은 내가 제주로 이주하고 제주 살이를 좀 찍어서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이번엔 나도 출연하고, 말도 하고, 막 여기저기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소개도 하는 그런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여전히 하고 싶었는데 에서 멈춰 있는 중이다.
어렵다.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제주라는 환경의 특성상 정말 많은 여행객들이 오고,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로 찍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영상에 나를 녹여 넣는 게 너무나 어렵다. 사실 예전에 만들어 올리던 영상들은 내가 중심이 아니었기에 어떠한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냥 보이는 걸 찍었고, 내가 출연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가 콘텐츠의 일부로 그게 목소리든, 아니면 내 모습이든 나를 출연시키고 싶지만, 카메라를 들고 혼잣말하다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고, 민망해서 내가 찍힌 모습, 또는 목소리들을 마주하기 너무 힘들다. 거기에 남들의 시선까지 신경 쓰이니까 그냥 하고 싶다고만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관심병 환자가 '다시' 되어야 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분명 심각한 관심병 환자였다.
길거리에서 스케이트보드와 bmx를 즐겼고, 노래도 잘 못하면서 당시 동대문에 무대가 있는 쇼핑몰에서 열리는 노래자랑 같은 게 있으면 꼭 올라가서 한곡 뽑고 내려왔고, 춤을 춰야 했다면 춤을 췄으며, 망가져야 하면 모든 걸 내려놓고 망가졌었다.
내 20대의 신념은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의 자유와 행복으로 찬란히 빛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그저 튀지 않고 잔잔히 살아가기가 최대의 목표가 되어 살아오다 보니, 갑작스럽게 제주에 와서 선물 받은 자유를 나답게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알아버렸다.
제주에 오고 자유를 만나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며, 20대의 컬러풀 한 삶으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20대의 화려했던 색은 이미 없고 회색만 남아있었다.
다시 컬러풀 해져야 한다. 그래서 관심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내게 놓인 이 자유라는 파도를 타고 훨씬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단정한 옷들을 벗어던지고, 가장 편한 옷을 입고, 편한 신발을 신은 뒤 큰 숨 한번 들이쉬고, 해변에서 춤이라도 한번 춰야겠다. 어딘가 남아있을 찬란히 빛나던 내 20대의 신념을 부르는 주술처럼.
살짝 돌아야지 재밌는 게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