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하여 내가 쓰는 글-1

자기 혐오.

더 나아지기 위해선 내 진짜 모습을 꺼내야 할 것 같다.

왜 나는 이모양인가

'자기혐오.'

나는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늘 사람들에게 난 나를 사랑한다고 얘기했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척, 모든 걸 다 할 줄 아는 척,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척.

남들 눈에는 자기애로 보이는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나를 감추기 위함이었고, 그 안에는 자기혐오가 가득했다.

게으르고, 나태하고, 끈기 없는 놈, 충동적이며, 이기적이라 자기만 아는 놈. 낭비에 찌들었고, 허세만 가득한 놈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를 혐오했다. 

내 모습은 최선을 다했다고 여겨지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했고, 잘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선택적으로 잘하는 것만 해왔다.

또한 겉으론 도전을 사랑하는 척 해왔기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할 것이라고 거창하게 떠들었지만, 나 스스로의 능력을 믿지 못해 시작조차 못한 게 태반이며, 설령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며칠이 못가 끝나버렸다.

취미라고 부르는 것들을 즐기는 게 아니라 그저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그저 아마추어임에도 보이는 건 프로이고 싶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나의 기대는 이미 그저 즐기는 수순에서 머물면 되지 않았기에 나를 갈아 넣는 척했다.

최선을 다하는 척. 진심을 다하는 척. 하지만 즐기지 못했으니, 결국 재미는 사라지고,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그저 그런 수준의 사람이 된 뒤 흥미가 떨어져서 포기하곤 했다.

그리고 자기 합리화. 나랑 맞지 않았던 거야 처음부터.

마찬가지로 사람들과의 사교 생활에서 내 모습은 부유하고, 친절하며, 똑똑하고 싶었고, 그 모임에서 나는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관심받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포장만 그럴듯하게 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히 그 밑바닥이 드러나게 되고, 결국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자존심에 상처받고 화를 내고, 내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며, 판을 깨부수려 하기도 했다.

자신감은 있는데 자존감이 없는 사람.

나는 나태하고, 나를 믿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희망찬 이야기는 그저 잘살고 있는 척 포장을 위한 방법일 뿐, 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다음 주에 뭘 먹고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고 있고, 꿈이라는 게 내게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는 절박해하지 않는다.

나의 절박함은 나의 편안함을 이기지 못했고, 그렇기에 하는 척하며 나는 열심히 사는데 왜 아무것도 안 되는 거지 하며 노력은 하는데 운이 안 따라주는 것이라고 포장했다. 

절박해야 삶이 달라질 텐데, 절박한 척이나 하고 있으니, 남들이 보면 와 열심히 사시네요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저 거짓인 게 들통나버린다.

나는 아무것도 없다.

인정해야 한다. 

가진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다.

시작점이 0인 사람인데, 50을 가진 사람처럼 100만큼 가진 사람처럼 시작하려고 했으니 모든 게 엉망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위태로운 모래성 같은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이제 그 모래성은 무너뜨려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모래성을 지탱하고 있던 별 볼일 없던 회사생활, 인간관계, 취미, 돈, 재미 등 이젠 의미가 없고, 오히려 그 모래성을 유지하려고 잘나 보이는 척, 대단한 척, 무엇이라도 되는 척을 할수록 나는 더 나를 혐오할 수밖에 없다. 

무너뜨린 모래성을 치워버리고, 진짜 나를 찾아야 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야 이 위태로운 삶이 끝날 것이다. 

나를 둘러싼 허울 좋은 거짓된 껍질을 깨부수고 나와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진 않더라도.

그리고 바닥까지 더 내려가야 한다. 그 아래 있는 진짜 절박함을 통해 나는 일어나야 한다.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고, 많이 다치고,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이 올바르게 향하고 있다고 한다면, 나 스스로의 혐오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는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