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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장군 Dec 31. 2020

모국어와 외국어 (후편)

뉴질랜드에서 생각을 보내요

이중 언어 사용자들(Bilinguals)

점심을 먹으면서, 팀원들이 나의 아들들이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길래, 대답하다가 슬쩍 '너희들은 어떻게 자랐기에 이중언어 사용자들이 되었니? 너희는 어떤 언어가  편하니?' 물어보았다. (전에 '부드러운 대화의 의미'에서 적었듯, 7명의   Range 뉴질랜드와 두바이/아랍 에미레이트를 오가면서  이민 2세대, Reuben은 유럽계 키위, Dorel Robin 인도계 이민 2세대, Miggy 필리핀에서 와서 이민 과정 중이고, 팀장 Luke 브라질 출신 이민 1세대이다.) 

Range 자기는 초등/중학교를 뉴질랜드에서 나오고 고등학교~대학교 때는 두바이와 아랍에미레이트에 있어 아랍어가  편하다며, 자기 영어는 'okay' 수준이란다. (모두  터졌다. 그는 고객 관리자로, 우리 팀이 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핵심 커뮤니케이터다..) 여동생 얘기도 하는데, 가족이라 같은 세월을 양쪽 나라에서 보냈음에도 동생은 영어가 훨씬 편하고 아랍어로는,  알아듣는 데도, 절대 이야기를 안 한단다.

아직은 어리지만 나의  아들 S M 비슷한 느낌이라 '우리 막내도 그래!  알아듣는데 영어만 쓰려고 '라고 했더니, 아마도 부모가 첫애한테는 모국어를 가르치려는 의지가  강하고, 첫째 자체도 모국어를 쓰다 왔기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아닐까,라고 한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같다. 나나 곰돌이도 S 지금 초등학교 1학년 교재로 엄청 진도를 빼고(?) 있고, 한글학교 숙제도 붙잡고 가르치긴 한다. M 한글학교 보내긴 하지만, 사실 관심은 없다. M 어려서기도 하지만, S 가르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Robin 인도에서는 학교 들어가자마자 바로 영어와 힌디어로 동시에 배워, 여기 오기 전에도 이미 영어에 대한 친숙함이 있었기에  언어 똑같이 편하고 어떤 언어로 듣고 표현하던  상관이 없다고 한다. 진정한 이중 언어 사용자들이다.  언어의 스위치가 실시간으로 켜졌다 꺼졌다 하는.. 그는 내가  네이티브 중에서도 특히 표현이 풍부하고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같이 들어갔던 회의에서  알아들었던 부분은 항상  분께 물어본다.)

언어와 소속감

Miggy 자기 아버지가 해외 근무를 계속하신 Expat이라 가족들도 계속 옮겨 다녔고, 자기는 계속 국제학교에서 영어로만 교육을 받았단다. 그래서 영어가 훨씬 편하고 필리핀어에 대해서는 아직도 거리감이 있다고. 그러면서 필리핀에서는 영어를  쓰면 필리핀어를 굳이  써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뉴질랜드 와서야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깨달았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족끼리 모국어를 쓰는 것을 권장하고, S M 한글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어려운 발음일 텐데 계속 부르면서, 제대로 발음하는 법을 물어본다. 전에도 썼듯이, 다양한 뿌리를 가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서로의 존중과 친절을 강조하는 사회인  같다.

Miggy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필리핀의 문화를  알고,  문화 속에 있는 친구들과 놀면서  친숙해지지 못한  약간 아쉽다고 했다. 자기 삶은 그대로 만족스럽지만, 그래도 모국에 대한 소속감이 약하고 멀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고. 그러면서 S M 집에서는 한글을 쓰고, 한글학교 다니는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해주었다.

Luke 자타공인 숫자/엑셀 천재인데, 6  여기   영어를 거의 못했단다. 그의 천재성은 브라질에서 이미 증명되어, 무슨 특별 프로그램 같은 걸로 뉴질랜드 크래프트 하인즈에 채용이   같다. 그런데 그의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는 영어와 어순이 같기에, 내가 보기엔 그는 실시간으로 알아듣고 단어나 표현은 이제 그냥 영어식으로 유창하게 말하게   같다.

그는 브라질 문화는 뉴질랜드처럼 느슨한 포용이 아닌 어떤 문화에서 왔든 브라질리언인 문화란다. 이민자들도 대부분 3-4세대가 넘어 모국 문화보다 브라질에  소속감을 느낀다고. , 100% 이성적(?) 그는 소속감을 느끼는 문화인 모국보다 뉴질랜드의 환경이 낫다고 평가하고 계획적으로 자신과 미래 가족을 위해 이주한 것이다.

생각의 , 언어와 문화 그리고 각자의 

처음엔 영어, 언어의 문제로만 생각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역시 각자에게 다양한 과정이 있고, 이중언어 구사자가  모습은 결과일 뿐이구나 깨달았다. 부끄럽지만  역시 뉴질랜드에 와서  기회가 생겼을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겠구나만 생각했다. 내가 콤플렉스를 가졌던 (모국어 수준의) 영어실력을 아이들을 보며 대리 만족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조금  생각이 깊어진다. 태어나 청소년기까지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아이들이 언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익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어느 문화에 소속감을 느끼고 어떤 또래집단과 함께 커나가는지 결정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가 가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들은 아마 방황하기 쉬울 것이다. 모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소속감 없이 다른 언어와 문화로 던져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해야 한다. 영어를 잘하는   많은 기회를 의미한다는  사실이겠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혼란과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언어능력만 생각한다면  예민하고 무엇으로도 바꿀  없는 소중한 시간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생각의 틀을 여러 가질  있고, 여러 언어와 문화에 노출되어 체화할  있는 시간과 환경은, 생애 언제 찾아오든, 분명 드문 행운이고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왔고,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생애   이십 년의 시간 동안, 영어와  문화에 대한 친숙함도 분명 전체 그림에 녹아들어 가야 하는  부분이다.

제일 아래쪽 줄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Luke, Miggy, Robin, Range, Reuben, Dorel 그리고 나-연장자라 상석에 앉혀준거냐고 물어보니 말은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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