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브이로그를 즐겨 보곤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브이로그의 특징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정성입니다. 침구 하나를 고를 때에도, 간단한 외출을 위해 옷을 고를 때에도, 혼자 먹는 식사를 위해 요리를 할 때에도 어찌나 정성스럽던지요. 그저 투박하게 넘길 것들을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그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브이로그를 즐겨 보던 무렵은 정작 제 일상에는 정성을 단 한스푼도 담을 수 없던 시기였습니다. 둘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터울 적은 아이 둘 육아에 허덕이고 있을 무렵이었죠. 매 끼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도 못했고, 잠도 늘 부족했습니다. 그저 사람답게 사는 삶은 제게 사치였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전혀 되지 않던 시기였거든요. 그 무렵 정성스럽게 일상을 꾸려가던 브이로그의 주인공들은 저를 대리만족 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별 것 아닌 것에도 정성을 쏟는 사치 정도는 부려 봐야지.'
아이를 낳고 몇 년 간 남편과 저는 마주 앉아 식사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 교대로 식사를 했습니다. 한 명은 아이들을 돌보고, 한 명이 그때 신속하게 밥을 먹는. 식구는 같이 모여 밥을 먹는 사이라는데, 저와 남편은 지난 몇 년 간 가족이었으나 식구는 아니었을지도요.
그러나 몇 달 전부터 저와 남편은 식구가 되었습니다. 둘째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짧게나마 같이 식사가 가능해진 것이죠. 남편이 아이들을 봐주는 동안 간단히 요리도 할 만한 여유가 생겼습니다. 외식비랑 배달비도 올랐겠다, 아이들도 좀 컸겠다 해서 요즘은 요리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워킹맘인 제가 할애할 수 있는 정성은 딱 한그릇 요리 정도입니다. 그래서 각종 한그릇 요리들에 도전 중인데요. 몇 년 요리와 살림에서 거의 손 놓았던 것 치고 맛은 훌륭했습니다. (제 식성대로 재료를 놓고 요리해서일지도요...) 마음으로는 한 때 거의 매일같이 봤던 브이로거들처럼 밑반찬도 만들고 싶지만 제 역량 밖임을 깨달았습니다. 딱 제게 허락된 여유만큼 정성을 쏟으려니, 한그릇 요리 정도가 적당합디다.
제가 쏟을 수 있는 정성은 고작 한 스푼 정도이지만, 앞으로도 정성스러운 삶을 지속해 보렵니다. 한그릇요리 만들 정도의 소박한 정성이라도, 제게는 참 힘이 됩니다. 오늘도 끼니를 대충 때우지 않았다는 것, 신선한 식재료를 직접 손질해서 한그릇에 담아냈다는 것, 무엇보다 생각보다(?) 맛있다는 것에서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