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꼽으라면, 단연 아이스크림입니다. 매일 같이 몸무게를 재면서도 아이스크림은 끊을 수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사랑이고 행복이니까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엄마 덕에 우리 아이들도 참 일찍부터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접했습니다. 아이들은 웬만하면 순한 밀크맛이나 바닐라맛만 주고 싶지만, 제가 그런 순정은 별로 안 좋아해서요. 아, 순정에 변주를 주는 것은 좋아합니다. 밀크맛이나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에 소금을 살짝 쳐서 올리브유를 끼얹어 먹는 것과 같은.
아무튼 저는 아이스크림은 꾸덕해야 하고, 찐해야 하고, 각종 부재료가 듬뿍 들어가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잘 나간다는 다이어트 아이스크림은 입에 대지 않습니다. 보통 유지방을 많이 덜어냈던데, 유지방이 아이스크림 맛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다이어트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해도, 유지방 많은 아이스크림만 하겠습니까.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만큼은 그 달콤함에만 취하렵니다.
시판 아이스크림 중 제가 최고로 꼽는 아이스크림은 이겁니다. 하겐다즈 트위스트&크런치 딸기초코맛.
일단 딸기와 초코의 조합이 그냥 사기입니다. 초코의 묵직하고 찐득한 단맛과 딸기의 상큼함. 거기에 이 사이에서 와작와작 씹히는 초코까지. 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요. 세상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초 신경까지 파바박 깨어나는 단맛이거든요.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를 주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저 위대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종종 냉장고를 열어 새로운 간식이 있나 검사를 하는데요. 어느 날 냉동실을 여니, 아이들 눈에 못 보던 아이스크림이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하겐다즈 딸기초코요. 딸기맛과 초코맛에 환장하는 아이들은 보자마자 달라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먹을 것을 딱히 제한해서 주는 편은 아닌지라, "알겠어. 알겠어."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줬는데요. 저는 그 날 봤습니다. 아이들의 그 신세계를 영접한 눈빛을요.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후 '진짜'가 시작되었습니다. 극도의 흥분과 광란의 달리기. 아랫집에 미안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이 딸기초코 아이스크림만은 주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지금도 냉동실에는 제 최애 아이스크림인 하겐다즈 딸기초코가 2통이나 있습니다. 이마트몰에서 종종 40% 세일을 하는데 그때마다 쟁이거든요. 물론 아이들한테는 비밀입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난 야심한 밤에 몰래 먹습니다. 아이들 몰래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모성애 참으로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만, 이 딸기초코 아이스크림은 예외입니다. 애들 몰래 먹어도 참으로 맛있습니다.
애들 재워 놓고 드라마 보면서 몰래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이상 약간 철없는(?) 엄마의 아이스크림 고해성사였습니다. 그래도 곧 여름이 올 터이니, 아이스크림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체중을 위해서라도 좀 줄여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