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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Apr 04. 2023

꼬질꼬질 넝마가 된 애착이불

'이것은 걸레인가. 이불인가.'

이 너덜너덜한 것의 역사를 따라가면 원래는 이불이었습니다. 우리 집 둘째가 어릴 적부터 토퍼 위에 깔았던 깔개 이불입니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거의 넝마가 되었죠.



둘째는 자다가 여러 번씩 깨는 아이였습니다. 밤에 깰 때마다 말도 못 하는 아기가 깔개 이불의 네 귀퉁이를 손에 쥐려고 버둥거리더라구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이게 우리 아기에게 이게 애착이불이구나.'



날이 지날수록 아이는 깔개 이불을 더욱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깔개 이불이 깔고 자는 이불이다 보니, 사이즈가 커서 여행 다닐 때 무척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뚝딱뚝딱 뭐든 잘 만드는 친정엄마에게 부탁했습니다.

"엄마, 이거 이불 좀 휴대용 사이즈로 잘라줘요."



그렇게 친정엄마가 깔개이불을 아이가 들고 다니기 딱 좋은 휴대용 사이즈로 잘라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와 이불은 더욱 끈끈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오랫동안 함께 한 베이비시터 선생님이 있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애착 이불에 멋지게 수놓아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아이와 이불은 끈끈함을 넘어 한 몸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불에 사랑하는 자동차까지. 이런 보물이 어디 있을까요. 아이는 애착이불에 '뿌찌'라는 이름도 붙여줬습니다.



하도 너덜너덜해져서 이제 세탁기로는 빨지도 못합니다. 이미 많이 해져서요. 손으로 조물조물 아주 살살 빨아야 합니다. 한 번도 애착이불 없이 자본 적이 없을 만큼 아이의 애착이불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입니다. 가끔은 저보다 애착이불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샘나서 가끔 물어봅니다.

"너 엄마가 좋아 뿌찌가 좋아?"

"뿌찌!"

(시무룩....)



요즘은 종종 어린이집에 애착이불을 가지고 가겠다고 떼를 부리며 웁니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꼬질꼬질한 이불을 가져가는 것이 무척 창피합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오늘도 우는 아이 달래 겨우 가방에 애착 이불을 넣고 등원시켰습니다. 아침에 아이랑 씨름하다가 회사에 지각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린이집에서는 이불을 딱히 들고 다니진 않고, 가방에 잘 넣어둔다고 합니다.




"뿌찌 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져?"

(당연하다는 듯이 헤벌쭉 웃으며) "응!"

아이가 애착이불을 만지면서 편안하다니, 애착이불한테 참 고맙습니다. 종종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애착 이불과 이별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런 걱정은 일단 고이 접어 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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