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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Jun 13. 2023

마법의 해결책, 밥 세 숟가락

올해 들어 아이들이 정말 자주 아픕니다. 우리 집 아이들만 아픈 건 아닌 것 같은 게, 소아과에 가면 미어터지는 아픈 아이들. 오죽하면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겠습니까.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기 시작하니 마스크가 막아주던 온갖 감기 바이러스가 대유행 중이라고 합니다. 바이러스 대유행의 한복판에 저희 가족도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아프니, 덩달아 저도 연차를 자주 쓰고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요. 어제의 육아는 특히나 더 힘들었습니다. 아이 둘 다 아파서 기관에 가지 못해서 집에서 낮잠을 재웠습니다. 밤에는 일찍 자야 하니, 오후 세시 경 슬금슬금 낮잠을 깨웠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첫째의 짜증. 낮잠을 깨운 이후부터 온갖 것에 짜증과 화를 표출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 이를 어쩌지. 괜히 깨웠다.' 생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제부터는 짜증과의 사투입니다. 오은영 선생님 인터뷰의 '아이의 감정과 나의 감정을 분리하라.'라는 조언을 되새깁니다. 

'그래. 저건 아이의 짜증이야. 나는 짜증 안 날 수 있어.. 안 날 수 있어... 나는 어른이니깐.'



평온함을 유지하려는 마음속의 노력과 달리 아이의 짜증과 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방문을 발로 차고 난리가 났습니다.

결국 마무리는 사자후.

"야! 그 만 해!"

결국 이렇게 어제의 육아도 바람직한 육아 조언과는 한참 멀어졌습니다. 오은영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 인터뷰 보면서 마음에 참을 인자 새기며 노력하는데, 정말 쉽지 않네요.



불같이 화를 내는 아이를 보면, 무엇이 이 아이를 이토록 화나게 한 것일까 답답합니다. 화재 난 곳에 소화기로 진압하듯이, 아이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싶습니다. 아이가 이 정도로까지 짜증이 난다면, 이건 쉬가 마려운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짜증 내는 아이를 붙들어 변기에 앉히고 쉬를 시킵니다. 그래도 짜증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배가 고플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재빠르게 식사를 차려 봅니다.



"밥 먹자!"

아이가 화낼 때는 최대한 저도 말을 줄이려 합니다. 저 역시 아이의 짜증과 화에 전염되어 있는 상태라 말이 곱게 나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군대식 말투(?)가 됩니다. 아이는 찌푸린 얼굴을 하고서는 배는 고픈지 슬금슬금 식탁으로 옵니다. 일단 한 숟가락을 먹여 봅니다. 넙죽 먹는 게 정말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세 숟가락을 연달아 먹고 아이는 잠잠해집니다. 미간에 잡혔던 주름도 펴지고, 화내면서 우느라 그렁그렁했던 눈물도 쏙 들어갔습니다.



밥 세 숟가락 먹고 순한 양이 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까 가슴에 불나는 것처럼 화가 났어?"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원하는 게 있을 때는 우리 화내지 말고 이야기하자. 그래야 어른들이 너의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어. 너가 화내면서 이야기하면 엄마 아빠도 정확히 알아듣기가 어려워."

아이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이는 표면적인 이유를 들며 짜증을 냅니다. 어제 우리 집 아이는 막무가내로 TV를 보여달라며 짜증을 냈습니다. (이미 약속한 TV 시청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요. 평소에는 TV 시청 관련한 약속을 잘 지키는 편입니다.) 어제의 일을 돌이켜보면, 아이는 TV를 보여달라고 하며 떼를 썼지만, 결국은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더 근본적인 짜증의 이유인 '허기짐'이 있었던 것이지요. 어제 다시 한번 아이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게 새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이들과 오래 붙어 있다 보니, 육아에 있어서도 기본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분히 자서 피곤하지 않게 하기

식사 시간 때에 맞춰 배부르게 식사하도록 하기

중간중간 간식을 줘서 심하게 허기지지 않게 하기

아아, 쉬울 것 같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챙기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육아는 참 매일매일이 어렵고 매일매일이 다이나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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