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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Jun 05. 2023

팀워크의 비결, 리더 없는 날

"아무리 좋은 팀장도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낫다."

"팀장님 휴가는 어른이들의 어린이날이다."

"팀장님 휴가 일정 말이야. 뭐 들은 거 없어?"

직장인이라면 극히 공감할 만한, 한 번쯤은 내뱉었을 만한 말이죠.



회사에서 조직문화 개선, 자율적인 근무 문화 확산을 이유로 '리더 없는 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팀장들의 연차/현장방문/재택근무를 권고하고, 담당별로 그 일정을 공유하는데요. 문제는 진짜 리더 없는 날을 실천하는 팀장은 없다는 슬픈 현실.



리더 없는 날이 긍정적인 조직문화에 형성에 정말 영향을 줄까? 제 대답은 Yes입니다. 이유는 리더 없는 날 유독 같은 팀 팀원들과 친밀해지기 때문입니다. 경험 상 리더 없는 날이 팀워크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팀장님 없는 날의 국룰은 점심나들이입니다. 팀장님 없는 날은 팀원들끼리 점심도 회사에서 멀~리, 맛있는 것 먹으러 나갑니다. 기깔나게 맛있는 것을 먹으러 나가기 위해 오전에는 어느 맛집을 갈지 토론하는 시간도 가집니다. 그리고 평소 점심 먹으러 나가는 시간보다 10분에서 15분 일찍 나갑니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멀리 가야 하거든요. 회사생활에 이만큼의 낙도 없다면 너무한 것 아니겠습니까.



팀장님 없는 날의 또 다른 국룰은 팀원들의 밝은 표정입니다. 일단 아침부터 다들 쾌변한 듯한 상쾌한 표정입니다. 평소에는 지친 무표정. 모두 아시죠? 그리고 괜스레 서로 스몰토크를 합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주제의 사소한 대화들이요. 

"요즘 드라마 뭐 보세요?"

"저 요즘 크로스핏 하는데 저녁마다 아주 죽겠어요."



팀장님 없는 날의 마지막 국룰은 '설렁설렁'입니다. 일단 팀장님이 없으니 보고할 내용이 줄어듭니다. 보고를 해야 그다음 업무가 다시 생기는데, 일단 스탑입니다. 그래서 바쁜 업무나 중요한 업무는 처리해 놓고, 솔직히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조금 미뤄둡니다. 

그리고 옆을 살펴보면, 다른 팀원들도 설렁설렁 휴대폰도 보고, 초록창을 띄어두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서로 눈 감아주기로 합니다. 우리 팀의 어린이날이니까요. 그렇게 팀장님 없는 날을 마음껏 즐기고, 평소와는 다른 상쾌한 표정으로 "내일 뵐게요!" 하며, 칼같이 퇴근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팀장님들은 너무 일을 열심히 한다는 거예요. 도무지 휴가를 가시지를 않습니다. 재택근무는 웬 말.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팀장님들은 재택근무를 안 했습니다. 리더 없는 날이 너무 드물다 보니, 리더 없는 날만큼은 아주 알차게 즐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샘솟습니다.



저녁 회식보다 팀워크 향상에 도욱 도움이 되는 게 팀장 없는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니, 벌써 6월인데 우리 팀장님 한 번도 휴가를 가시지 않으셨습니다. 팀장님들 열심히 일하시는 것도 좋지만, 휴식도 제대로 해야 능률이 오르지 않을까요. 덤으로 팀워크도 얻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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