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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제탐험가 Mar 20. 2021

일본 ‘가라쓰군치’

세계 축제 여행 World Festival #52

세계 축제 여행 World Festival #51

400년 역사의 규슈 사가현의 가라쓰 신사의 가을 축제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의 가을을 물들이는 ‘가라쓰 군치’행렬은 1663년 가라쓰 신사의 신행제에서 시작된 축제로 현재 일본 국가 중요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여타의 대다수의 일본 전통 축제가 그렇듯이 ‘가라쓰 군치’축제의 하이라이트도 대형 수례 ‘히키야마’의 행렬이다. 히키야마는 행운과 용기를 상징하는 사자와 용, 무사의 투구 등의 모양을 하고 있는 높이 7m에 게는 2~3톤의 대형 수레이다.

이 거대한 수례는 금색, 녹색, 적색 등으로 색을 칠하는데 전체가 거대한 옻칠 공예품이다

이 거대한 옻칠 공예품인 수례 ‘히키야마’는 일본 최대 축제 중 하나인 교토의 기온 마츠리에서 영감을 얻어 1819년 처음 붉은 사자 모양의 ‘야마’를 만들었고 이후 57년간 총 15대의 히키야마를 제작 했는데

메이지 시기에 1대를 유실해 현재 총 14대의 히키야마가 매년 보수를 하며 세대를 거쳐 40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한일관계의 부정적인 과거의 역사로 인해 체질적으로 일본의 문화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 결핍한 나에게도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일본 축제는 매우 부러운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일본 축제가 부러운 측면은 일본의 많은 축제들이 수백년 동안 세대를 거듭해 계승되며, 아이들 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축제에 참여하고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1,000여개 넘는 축제 중 1990년 대 이후 만들어진 축제가 전체 축제의 80%에 이르고 대부분이 30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1990년 이전에 만든 축제도 대부분 1930년대에 만들어져 강릉단오제, 기지시줄다리기, 영광법성포단오제 등을 제외하고는 100년이 넘는 축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이 다 알다시피 외세의 침략과 전쟁으로 인해 단절된 우리의 아픈 역사의 결과물이자 잃어버린 우리의 축제의 역사이다.

그 원인 제공자중 하나인 일본의 축제를 부러워야 하니 속이 쓰리다. 이러한 축제의 오랜역사는 지역공동체가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관습, 의례를 지역 고유의 문화로 채택하고 그 것을 시민들에게 교육하고, 다시 다음 세대에게 계승되어지는 반복과정을 통해 축제의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다.

그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진 우리의 축제는 이러한 과정의 시작인 공동체가 함께 행할 동질적 관습을 생성하고 채택되는 과정을 생략한체 개별화된 다양한 시민들의 오락적 기호를 맞추기 위한 백화점식 프로그램들을 나열하고 구성하는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축제마다의 독특한 색채는 드러나지 못하고 모든 축제들이 시대 트랜드를 따라가고 모방하는 방식의 인스턴트 축제로 밖에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축제는 하루아침 만들어질 수 없다. 말하지 않아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지는 축제가 되려면 오랜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 축제에서 채택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계승할, 축제의 관습, 의례, 콘텐츠는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발견하고, 개발하고, 시민들에게 전수하고 세대를 거쳐 확장 시킬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하나의 수례에 2~3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14개의 수례를 끌고 도시를 순행하는 어찌 보면 단조롭기 그지 없는 축제 매년 이 단한번의 수례 퍼레이드를 위해 수천명의 시민들은 ‘히키야마’를 수리하고 야먀를 끌고 행렬하는 법을 1년 동안 가르치고 배운다. 

축제는 이벤트가 아닌 삶의 일부분이 될 때 지역축제로서 뿌리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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