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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May 07. 2024

삼체 3부-사신의 영생

아서 C 클라크, '라마와의 랑데뷰' 이후 가장 경이로운 S.F소설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S.F 드라마 삼체를 흥미롭게 보고 난 후 원작을 보고 싶었다. 소설도 읽어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을 하는데 넷플릭스 영향 때문인지 대기자가 6명이나 되었다. 대출예약을 하고 한 달이 지나서 대출가능 문자가 왔다. 


《삼체》는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로 과학, 철학, 역사, 사회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많은 독자들이 좋아한다. 삼체는 세 가지 주요 시대를 배경으로 인류의 운명과 역사를 탐구한다. 첫 번째 시대에서는 중국문화대혁명 시기를 다루며, 두 번째 시대에서는 과학자들이 우주 외계 문명을 찾는 시도를 한다. 세 번째 시대에서는 삼체 외계 문명과 지구 문명 간의 충돌과 혼돈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삼체라는 개념은 우주에서 두 개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의 불안정성을 의미하며, 이 개념이 소설 삼체의 중심 주제 중 하나이다.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껍다. 1,2권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았기에 3권만 빌렸다. 삼체 3부 초반부도 넷플릭스 시즌1의 끝에서 시작된다. 소설에서도 물리학 용어와 이론이 많이 등장한다. 아니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이론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내 머리로 이해가능한 이론도 있고 불가해한 이론도 등장한다. 차원을 접는다거나 양자 얽힘으로 인한 거리제한이 없는 양방향 통신 등등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SF 소설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이다.


우주가 암흑의 숲이라는 사실을 인류가 알게 된 후 모닥불 옆에서 큰 소리로 외치던 아이는 허겁지겁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몸을 떨었다. 아이에게는 화성마저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삼체 3부 P.129


페르미 역설, 면벽자, 검잡이, 지자프로젝트 등 다양한 이론과 설정이 나오지만, 특히 삼체에서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묻는'어둠의 숲' 가설은 가장 흥미로운 이론이다. 자신의 문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문명을 먼저 파괴해 버린다. 우주에서 인류가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면, 왜 외계문명은 수억 년의 시간 속에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까? 이미 외계인이 인류에게 나타났지만 네바다의 51 구역에 잡혀 있는 것일까? 우주의 이름 없는 형제여, 당신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거냐고? 우주의 시간으로 인류 문명은 단 몇 초일 뿐이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그럼에도 설명이 가능한 이유로는 '어둠의 숲' 가설이 가장 그럴듯하다.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삼체를 읽을수록 작가가 창조한 시간과 공간의 스케일이 점점 커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백악관의 일상이 하찮게 느껴진다던,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했다던 말이 납득이 된다.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마구 뒤틀어 놓는다. 은하계를 축구공처럼 차고 던지고 돌리는 '천원돌파 그랜라간'처럼 유치하지도 않다. 


삼체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흥미로운 서사와 설정으로 가득한 이 소설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드라마에서도, 소설에서도 삼체인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형태(지자)로 등장한다. 소설에서도 삼체인의 정확한 모습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 삼체인 들은 인간을 벌레로 취급한다. 인간이 지구의 수많은 벌레를 바라보는 시선을, 삼체인 또한 인간을 벌레로 취급하는 설정이 흥미롭다. 


삼체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그러나 인간은 지구에서 벌레를 멸종시키지 못한다. 내가 아무리 여름날 잠자기 전 모기 퇴치약을 뿌려도 아침에 일어나면 내 종아리나 팔꿈치엔 피를 빨아먹는 모기가 존재하듯이, 마찬가지로 삼체인 들은 인간을 인간을 멸종시키지 못한다. 소설 삼체의 외전에 따르면 인간을 벌레 취급한 삼체인들이야말로 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설정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백 년이 지난 후, 태양계 바깥의 그래비티호와 블루스페이스호, 우주의 물 웅덩이, 1차원에서 9차원까지, 그리고 정체모를 외계문명의 차원공격. 3차원 안에 존재하는 4차원의 조각, 바깥보다 안이 더 넓은 '닥터 후'의 타디스 같은 것일까? 아니면 인터스텔라의 고차원 방정식. 3부를 절반쯤 읽었다. 재미있긴 한데 내 뇌용량의 한계를 넘는다, 고민이다. 이 소설을 계속 읽어야 할지.


위기의 세기, 위협의 세기, 벙커의 세기


삼체 3부의 주인공 청신은 위기의 세기에서 위협의 세기, 그리고 벙커의 세기, 이후의 무한한 시간까지 동면과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반영구적인 삶을 경험한다. 청신 외에도 웨이드, 뤄진 같은 서기 시대의 인물도 동면을 통해 삶을 영위한다.  우주미아(뇌의 형태로)가 될뻔했던 윈텐밍은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운명이었던 건지 지구로 향하던 삼체인들에게 포획되고 그 세계의 일원이 된다. 삼체인들의 항성은 검잡이였던 청신의 우유부단함(혹은 인간성)을 인해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래비티호에서 발사한 중력파로 어둠의 숲의 비밀을 피하지 못한 채 외계 문명의 공격으로 파괴된다.


바로 그거예요! 당신에게 별을 선물했던 윈텐밍이 당신에게 또 우주를 선물했군요. 청신, 이건 우주예요. 비록 작지만 이건 하나의 우주예요 

삼체 3부, p.774


청신은 서기 시대에 자신에게 별을 선물한 윈텐밍을 만난다. 여전히 청신을 사랑하고 있는 윈텐밍(복제)은 청신을 만나 자신이 쓴 동화 세편을 들려주며 '암흑의 숲'의 공포에서 인류가 생존할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광속 우주선이다. 서기시대의 UN과 비슷한 기구는 각각의 세기에 인류가 생존할 방비를 세운다. 그리고 벙커의 시대에 이르러 목성주위에 수십 개의 우주도시를 건설하고 생존해 나간다. 하지만 차원을 접는 공격에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진다.


은하의 세기 409년. 그리고 1890만 년.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노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매 빛이 있었다." 


삼세 3부의 말미를 읽으며 자연스레 성경의 첫 구절이 떠오른다. 작가는 아마도 아시모프의 소설 '최후의 질문'을 읽었거나 최소한 알고 있을것이 분명하다. 차원 공격으로 3차원의 태양계가 2차원으로 접혀지자 청신과 AA는 과거 웨이드가 만들려고 했던 공간 곡률 엔진 우주선을 타고 광속을 넘어 태양계를 탈출한다. 그리고 그들이 향한 곳은 4세기 전 윈텐밍이 청신에게 선물한 항성이다. 청신은 그곳에서 그래비티호의 연구원이었던 관이판과 지자를 만나고 윈텐밍이 선물한 소우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빅크런치(우주의 종말)를 피하고 새로운 빅뱅의 시대를 맞이한다. 삼체 3부-사신의 영생의 의미는 소설을 읽는 끝까지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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