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밖학교 길 위의 인문학 수업
십여 년 전 어느 문화체험 행사장으로 기억한다. 체험 마당 부스 한편에 '성문밖학교'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동료 교사에게 물어보니 남한산성에 있는 한 '대안학교'라고 했다. 산성 안에 있는 '성문밖학교.' 당시엔 몰랐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질 거라는 사실을. 연말에 문화제나 발표회를 할 때면 성문밖학교와 무대에 함께 서기도 했다. 특히 '청소년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할 때에는 성문밖학교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여름엔 성문밖학교에서 1박 2일 캠프를 하기도 했다.
이전 직장 동료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지인 한 분이 성문밖학교 학생의 학부모였다. 지인의 아이는 몇 년 전 성문밖학교를 졸업했지만 지인은 여전히 성문밖 학교에 깊은 애정을 보이며 귀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나도 지인을 따라 날이 좋으면 마실 가듯이, 소풍 가듯이 성문밖학교를 가곤 했다. 그런 성문밖학교에서 올해 '길 위의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인의 추천으로 '길 위의 인문학 강의'에 두 번 참여했다.
지난 9월 12(목) 일 참여한 '몸과 마음을 살리는 자연밥상'엔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다. 날이 흐리고 꿉꿉했지만 올 한 해 지긋지긋했던 폭염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반가웠다. 이날 자연밥상 강의는 시청에서 종종 산책을 하는 모임인 '시청파(나, 지인, 여사님)'멤버가 다 같이 참여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원래 성문밖학교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성문밖 학교는 오후 네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몸과 마음을 살리는 자연밥상, 강사는 자연요리 연구가 김보경 강사다. 강의 주제는 <채소찜 비빔밥>과, <연잎밥 만들기>였다. 비빔밥은 평소에도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다. 연잎 밥은 살면서 두세 번 정도 먹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직접 연잎밥을 만들어 보기는 처음이다. 즐거운 체험이 될 것 같았다.
자연밥상 수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게 사전에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놓으셨다. 먼저 채소찜 비빔밥 만들기를 했다. 비빔밥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다양한 채소를 준비하고 채를 썬다. 찜기에 물이 끓으면 채를 썬 채소를 담아 오분정도 찐다. 그릇에 적당히 밥을 담고 삶은 채소를 돌려서 담는다. 그런 다음 고추장, 참기름, 통깨를 뿌려 비빈다. 강사의 설명대로 찜기에 채소를 오분정도 익혔다. 밥과 삶아진 재료를 그릇에 담고 잘 비볐다. 한입 먹으니 식감이 부드럽다. 집에서 먹던 맛과는 전혀 다르다. 속이 든든하고 편안했다. 앞으로 비빔밥은 이렇게 해먹을 생각이다.
"연잎밥은 쉽게 상하지 않아요. 그래서 옛날엔 나그네들이 긴 여행을 떠날 때는 연잎 밥을 싸가지고 다녔어요."
이제 연잎밥 만들기를 할 차례다. 연잎밥 준비 과정이 조용하면서 부산했다. 수강생들과도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었다. 성문밖학교 학생들도 함께 참여했다. 수강생들이 앉은 테이블 위에 연잎, 찹쌀, 대추, 자, 은행, 호두, 견과류, 검은콩, 연근, 소금 등 연잎밥에 들어갈 속재료들이 알록달록하니 예쁘게 놓였다. 무엇보다 연잎이 새파랗고 싱싱했다.
사전에 준비를 해두어서 펼쳐진 연잎에 속재료만 잘 넣으면 되었기에 연잎밥 만드는 과정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펼쳐진 연잎에 속재료를 넣고 잘 덮은 다음 연잎이 풀어지지 않도록 실로 묶는 과정이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서툰 손짓으로 연잎밥 세 개를 완성했다.
집으로 가는 길, 속이 든든하고 마음도 든든했다. 집에 오자마자 연잎밥 하나를 꺼내 찜틀에 넣고 삶았다. 하지만 삶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는지 속 안의 재료들이 충분히 익지 않았다. 한 잎 베어 물자 덜 익은 밤이 딱딱했다. 두어 번을 더 익혔다. 다음날 아침에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연잎밥을 삶았다. 이번엔 속재료들이 고루 익었다. 밥도 찰기가 넘친다. 속이 든든했다. 마지막 하나는 좀 시간을 두었다가 며칠 후 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