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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May 02. 2024

실패가 아니라 도전이야!

<실패 가족>을 읽고

글 신순재

그림 이희은

웅진주니어


범상치 않은 가족이다. 실패 가족! 실패라는 단어가 주는 어두운 기운과 달리 이 가족의 표정은 천진하기 짝이 없다.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 책이 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겠지만 이미 알 것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이야기꾼의 능력 아닌가? 사진이 온전히 담지 못하는 야광 핑크에 은빛 제목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책이다.

상심했을 때 내 모습 같아 아픔...

우리의 주인공 '상심'이는 반 대항 야구 시합에서 9회 말 역전 기회에 헛스윙 세 번으로 깔끔하게 삼진 아웃을 당한다. 이름처럼 상심한 상심이를 위해 개그맨이 꿈인 형은 아재 개그로 웃겨도 보고, 엄마는 이상야릇한 옷을 만들어 기분 전환 시켜주려 하지만 모두 소용없다. 테니스가 취미인 아빠가 기분 좋게 들어오자 이겼나 보다 하지만 아빤 보기 좋게 졌다면서 껄껄껄 웃는다. 이 가족은 상심이만 빼고 실패를 밥 먹듯 하는 '실패 가족'이다. 상심이는 실패를 해 본 적이 없다. 실패하지 않는 자기만의 비법이 있기 때문. 이 비법을 보며 뜨끔한 어른들이 있을 것이다. 나처럼.

상심이의 절대 실패하지 않는 비법

1.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하고 싶어도 절대로 안 하기

2. 잘하지 못할 것 같은데 하고 싶지도 않을 때는 절대로 안 하기

3.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은 안 하기

4. 나한테 소질이 없는 것 같은 일은 안 하기

5. 내가 잘하는 것만 하기

이런 알량한 비법으로 요리조리 피해서 상심이는 잘 살아왔다고 하지만 이제 그 비법을 손질할 때가 온 것이다. 아빠는 실패가 아빠 손에 있는 물집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쓰라리고 아프지만 물집은 아빠가 테니스 연습을 열심히 했다는 증거이고 실패도 아빠에겐 열심히 해서 받은 훈장 같은 것이라고 한다. 형은 주야장천 아재 개그를 날리며 상심이를 위로하는데 처음엔 화가 날 정도로 웃기지 않았는지만 결국 웃음이 터져 버린다. 엄마는 보기만 해도 낯 뜨거운 실패 상자를 들고 나오는데 이런 걸 왜 모아두었냐고 물으니 '엄마가 지금까지 한 도전'이니 모아두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건 두꺼운 갑옷을 몇 겹씩 입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상심이는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로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비법'을 버린다. 그리고 실패 상자를 채우기로 한다. 7번 타자로 다시 배트를 잡은 상심이는 공을 때리긴 때린다. 파울볼. 파울볼을 여섯 개 치고 아웃이 되었는데 다음번에 열 개까지 치겠다고 다짐한다. 겁내지 않고 타석에만 선다면 안타도, 홈런도 칠 기회가 올 테니까.


상심이의 절대 실패하지 않는 비법을 보는데 뜨끔했다. 내 인생 돌이켜볼 때 난 너무 발발 떨면서 산 건 아닌지... 사회적 스케줄에서 한 발도 늦어져 본 적 없이 성실히 따라왔다. 재수한 적 없고, 졸업하자마자 취업했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했으며 줄줄이 아이 셋을 낳아 키웠다. 아이들도 재수 한 번 안 하고 대학 들어갔고 막내가 올해 대학 문턱에 서있다. 그런데... 좀 찜찜하단 말이다. 내가 내 역량을 훨씬 뛰어넘는 '도전'이란 걸 해 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는 좀 작아진다. 쉬운 길, 가봤던 길, 편한 길로만 다닌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상심이의 고개 숙인 모습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다. 가끔 그렇게 다리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울기도 하고, 괜한 짓 했다고 후회하는 밤도 필요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내게는 도전이다. 두어 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라는 지인들의 권유를 받았는데 자판 앞에서 주저주저하다가 접었었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상심이의 '절대 실패 안 하기 비법 1'처럼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하고 싶어도 절대로 안 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도 재능이 뛰어난데 부지런하고 끈기까지 있는 작가님들이 넘쳐나는 이 브런치 바다에서 나는 표류하는 작은 조각배 같은 느낌을 늘 받고 있다. 어쩜 글을 올릴 때마다 나는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파울볼을 때려도 계속 때리다 보면 안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올 테니 물집 잡히고 굳은살 생기도록 배트를 잡아보려고 한다!


이 책은 좋은 동화책 감별사 똘똘이 친구와 수업할 때 읽은 책이다. 이 녀석은 5살 때부터 글을 읽기 시작한 녀석인데 뭔가 새로운 수행을 해야 할 때는 싫어요, 질문을 하면 몰라요로 일관하는 까칠한 녀석이다. 자기가 틀렸거나 실수했다는 느낌을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그런데 자기 맘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었나 보다. 책을 읽는 내내 입을 반쯤 벌리고 몰입하는 게 보였다. 책장을 닫을 때 작은 숨을 내쉬더니 '재밌다'라고 한다. 그 '재밌다'가 '나도 그런데... 너도 그랬구나! 그럼 나도 이제 도전해 볼까?'라는 소리로 들렸다. 이 녀석의 책 고르는 촉은 늘 정확하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실패가 두려울 때 읽으면 좋은 명언이 나와있다. 암송해야겠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새로운 일을 전혀 시도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다.
-우디 앨런
나는 젊었을 때 10번 시도하면 9번 실패했다. 그래서 10번씩 시도했다.
-조지 버나드쇼
나는 9000번도 넘게 슛에 실패했다. 그리고 거의 300경기에서 패배를 경험했다. 경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숫이 내게 맡겨졌을 때 나는 26번이나 엉뚱한 곳으로 슛을 날려 버렸다. 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거듭하여 좌절했다. 내가 성공을 한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
우리는 성공에서보다도 실패로부터 더 많은 지혜를 배운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발전하지 못한 사람이다.
-새뮤얼 스마일스
성공은 열정을 오롯이 간직한 채 하난의 실패에서 또 다른 실패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이다.
-처칠
미래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손발이 묶여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패를 두려워 마라 실패란 이전에 했을 때 보다 훨씬 풍부한 지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포드
나는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다. 다만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에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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