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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에 Feb 28. 2021

[art history]  이집트 미술

E.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쉽게 읽기 


 누군가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어서 책을 사서 읽었다면, 첫 페이지에 나와있는 이집트 미술은 한 번쯤 읽어 보았을 것이다. 책의 첫 부분만 손때가 묻어있던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고대 이집트 미술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아우라가 뇌리에 남아서인지 우리는 쉽게 이집트 미술을 구분할 수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 연안의 좁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폐쇄 적이고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 약 3000년 간, 고왕국(피라미드가 만들어진 시기), 중왕국(상업적으로 활동하던 시기), 신왕국 (부유한 국가의  시기)으로 나누어지는 이집트 문명은 인간의 영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죽은 육신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을 굳건히 지키며 화려한 문화를 보존해 나갔다.  


 <사자의 서>,  B.C. 1285


사람의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부자연스럽고 뒤틀린 어깨와 발, 그리고 어색한 손의 구성이 무언가 실제를 반영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어린아이의 시각처럼 모든 사물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을 주요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보이는 대로 그린 그림 같기도 하지만, 이집트 미술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인체의 모든 부분을 다 담겠다는 염원이 담겨있다.


아이 같아 보이는 고대 이집트 양식은 실제 대단히 엄격한 법칙으로 구성되어있고, 자유로운 그리스인들이 과감한 시도를 시작하기 전까지 이 규칙은 꾸준하게 유지되었다. 고대 이집트 미술가들은 자유롭게 표현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 그림에서 규칙을 구현하는 법을 익히고 단련시켰다.


"좌상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야 한다."

"남자의 피부는 여자의 피부보다 검게 칠해져야 한다."

"각 신의 해당되는 머리의 모양은 엄격히 정해져 있다."

"아름다운 문자 필기를 반드시 숙련해야 한다."



그런 견조한 이집트 미술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왕은 이집트가 파국적인 큰 침략을 받은 후 신왕국으로 알려진 18대 왕조 '아멘호테프 4세(아크나톤)'로 그의 시절의 이집트 미술은 기존의 양식을 타파하고 자연스러운 인간적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초기 파라오들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초상들 중 일부는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작품도 여럿 존재하고, 특히 <딸들을 안고 있는 아크나톤과 네페르티티>는 자식을 사랑하는 인자한 그의 모습과 하늘에게 영광이 한 가족에게 찬란히 임하는 따뜻함마저 갖고 있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던 투탕카멘은 아크나톤의 후계자로 어린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견된 수많은 보물들은 아크나톤 시대의 찬란하고 자유로운 양식을 그대로 전수받아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딸들을 안고 있는 아크나톤과 네페르티티> B.C. 1345


그리스 문명에 앞서서 에게해 연안에 번성하였던 크레타 문명은 자유롭고 활달한 율동감을 표현하며 최초의 그리스 문화라고 여겨질 정도로 특유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자유로운 크레타인들의 미케네(Mycenae) 문명에 이집트인들이 잠시 매료되어 아크나톤과 투탕카멘 시대에 일시적으로 이집트 미술에 자유로운 양식이 퍼졌지만, 전통적인 이집트 종교는 다시 부활했고 이후 천년의 시간 동안 이집트 미술은 정해진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며 세습되어 왔다.


   




Opinion

자유로운 아이의 그림 같은 작품이야말로 아무나 구현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2~1985)가 만들어 낸 용어인 아르 브뤼트(art brut)는 다듬어지지 않은 미술을 뜻한다. 그의 작품은 마치 아이가 낙서한 것 같은데도 아이가 그린 것 같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데, 이상하게 이집트 미술을 보면서 장 뒤뷔페의 그림이 생각났다. 물론 아르 브뤼트가 민속 미술과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고 강하게 선을 긋는 움직임도 있지만, 나는 그런 양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바스키아, 장 뒤뷔페, 싸이 톰블리처럼 단순하고 낙서와 같은 형태의 작품 아래에 녹아져 있는 팽팽한 균형감을 발견했을 때 매번 감탄하곤 한다. 이집트 미술도 이런 맥락으로 보았을 때, 쉽게 하나의 라인으로 그려졌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너무 쉽게 그림을 바라본 것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장인들은 수없이 많은 법칙, 규율, 패턴, 문자를 고민하고 배치시키고 구현했다. 



그래서 이집트 미술은 지금 우리의 시각에도 하나의 거대한 균형미를 이룬 채 덩어리 째 우리의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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