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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M Jun 08. 2021

사람과 헤어지고 싶다.


오랜만이다. 글을 쓰기 위해 이 곳을 오게 된 것이 참 오랜만이다.


그동안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 없어서 상황도 달라진 것이 없다.


올해에도 승격을 하지 못했다.


대학원을  시간, 아이를 낳기 위해 쉬었던 기간들을  돌이켜 보아도 승격 대상자 명단에서 누락된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동되지 않았다. 그냥 누락된 것이고, 나는 챙김을 받지 못했다.


이젠 내가 이곳에서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마음으로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모르게 조직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가 놓아버려서 그런가, 나는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과 헤어지고 싶다."


그동안 힘겹게 잡고 있었던 인연의 끈을 정말 이쯤 돼서 놓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와도 나는 참으로 선택을 하기 어려운 기로에 놓여있다. 모든 것을 다 놓고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비루하지만 이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었다. 스스로 공치사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소리 없이 나의 일을 묵묵히 해왔지만,


나는 중요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로

나의 하루를 열심히 채웠다.





두 개의 마음이 아주 처절하게 싸우고 있고 지금도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시간은 이틀이 채 남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고 액션을 취해야 하는 시간이 이틀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보내면 나는 또 내년까지 남아서 기약 없는 승격을 기다리며

힘겨운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련하게도 '이젠 정말 내 차례가 아닐까?'라는 불안한 희망이 또 나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고 있다.


나도 도무지 내 마음을 모르겠다.


스트레스로 인한 건지 뭐 때문인지

2주 전, 갑자기 망막이 터지고 난 이후,

왼쪽 눈 시력 손상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눈을 다쳐버려서 그런가,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나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너 어떻게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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