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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에 Jan 22. 2022

Drive My Car (2022)

부제 : 내가 외면하고 있는 고통은 무엇인가요?




가끔 나는 지나친 영화를 마주하곤 한다.


내가 외면해서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은 것들을 과감하게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벗겨버리는 그런 지나친 영화를 만나곤 한다.



몇 해 전 본 라라랜드가 그러했고, 

지금 본 이 영화가 그러하다.



라라랜드를 봤을 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결혼을 했고, 사랑하는 배우자가 있었지만 난 나의 꿈을 위해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 싶었다.


가진 것이 없는 현실은 애당초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 꿈을 이루게 되면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오리라는 신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라라랜드를 보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숨이 멎을 정도로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외면한 배우자의 고통과 불안을 마주하게 된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바라보게 되었다.


추악한 나의 이기심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결국 영국 유학을 결국 취소하고 사랑하는 사람 옆에 남게 되었다. 

아름다운 아이를 낳고 열심히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음, 요즘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두 돌이 채 안 된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러면서도 내 일을 하고 가계를 꾸려나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부족한 것 투성이면서도 가끔은 너무 많은 것들을 해야하는 중압감에 빈 기차를 타고 저 멀리 떠나가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홀홀 단신으로 태어나 그 누구와의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온 인생 마냥,

그냥 나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행복은 비교할 수 없는 크기와 전율로 다가온다.

'아이가 주는 기쁨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크다'는 그 흔한 말은 몇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그렇게 행복과 고독감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이 영화를 만났다.

너무나 강한 여운과 감정에 압도되어서 하루 종일 영화를 머리에서부터 떨쳐 낼 수가 없다.



아이를 갖고 키우면서, 묘하게 시작된 것이 바로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이다.


"만약 아이가 떠나가면, 잘못되면, 내 곁에 없다면, "


이런 끔찍한 상상들을 나는 아주 불현듯 할 때가 있다. 조절할 수 없는 공포 때문에 나는 그 모든 생각들을 심연의 무의식 저 너머에 쑤셔 넣고 잊고 살았다. 하지만 주인공 부부의 비통한 인생이 나의 그 공포를 아주 막연하게 살아나게 했다. 


아름다운 시절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문득문득 이 시절이 사라져 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막연히 갖게 된다. 어쩌면 우리들 인생 모두가 소멸의 경험을 한 번쯤은 겪었고, 그 순간 나의 마음은 그 모든 것들을 얼마나 세세하게 기록했는지.. 우린 너무 행복할 때 한 번쯤 불행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죽은 사람을 기억한다"는 대사처럼,



우리는 망각의 동물이지만,

희미한 기억은 잊혀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을 뿐, 

다른 형태로 불청객처럼 우리 곁을 숨막히게 찾아올 때가 있다.





상실의 시대,

망각의 존재,





나는 과연 어느 편에 서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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