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의 브랜딩을 시작하면서, 아니 아직 도도라는 이름조차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신의 가게, 브랜드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가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걸 강조하는 일이 가장 매력적이고도 쉽겠지요. 우선 저는 색소, 첨가제, 페이스트 없이 자연 재료를 이용한 자연주의 젤라토를 만들기 때문에 가장 먼저 ‘자연주의’를 키워드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모님도 음식 관련 일을 하시기 때문에 남들보다 음식을 만드는 일에 많은 관심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에 없던 독특하고 새로운 메뉴를 제안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대학생 시절,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도 다른 돈을 아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찾아다녔을 만큼 음식에 꾸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나 소비 인구가 많이 늘었지만 당시가 10년 전임을 감안하면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 좀 특이하게 음식에 관심이 많은 친구인 것은 확실했어요. 그리고 설사 내 경험과 관심이 부족하더라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특성이 새로운 메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롭다는 건 계속 안 하던 걸 시도하면 해낼 수 있는 거니까요. 공부하고, 연구하고, 조사하면 재능이 없더라도 계속 새로운 것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독특하고 낯선 메뉴라는 특성을 정하고 거기서 ‘이상함’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습니다. 도도의 중요한 가치는 '자연주의'와 '이상함'입니다.
처음에 가족들에게 ‘이상함’이 내 가게의 키워드라고 했을 때, 가족들은 저보고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특별함’은 안 되는 거야? '이상하다'니. 좋은 말도 아니고 너무 이상해.”
다들 똑같이 반응을 하길래 의아했지만 가족들의 의문에 답을 하다 보니 ‘이상함’이라는 키워드를 점점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저는 남들보다 탁월하고 뛰어난 것, ‘특별함’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 처음에 갖는 묘한 거부감, 낯설고 알 수 없는 ‘이상함’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특별하다는 건 손님들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일 뿐, 모든 가게는 자신의 가게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니 고객들에게 따로 전달할 가치는 아닌 것이지요. 저는 이질적이고 독특한 느낌, 그 자체로는 좋다, 나쁘다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가지를 뻗어나가자 제가 만들고 싶은 가게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어요. 자연주의인데 이상하고 낯선 느낌을 줘야 하니까 이국적인 정글과 같은 공간이면 좋겠고, 메인 컬러는 진한 녹색이어야 하고, 소품이나 가구도 처음 보는 특이한 것들을 사야겠고.......
가게 이름도 일사천리로 정해졌습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등장인물이자, 멸종했지만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새라고 생각하기도, 혹은 환상의 동물로 생각하기도 하는 도도(새)를 제 가게의 이름으로 정했어요. 생긴 게 아주 이상한 동물이지요. 게다가 기억하기도 쉽고 동일한 음절이 반복되는 점도 매우 귀엽고요. 당연한 거지만 한국어로도 도도이고, 영어로도 도도이고, 심지어 이탈리아어로도 도도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도도새가 그려진 벽지를 발견을 하게 되면서 도도라는 이름을 운명으로 느끼기까지 했어요.
이렇게 브랜딩의 시작은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전달하고 싶은 가치가 정해지면 그다음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고, 의도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것입니다. ‘자연주의’와 ‘이상함’이라는 키워드를 찾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가게 이름이나 인테리어를 정하는 일은 아주 빠르고 쉬웠어요. 그럴듯한 이름, 멋있어 보이는 공간을 먼저 찾기보다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 결정하세요. 모든 것은 그다음입니다.
(본 글은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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