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민욱 Feb 23. 2021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책 잘 읽는 방법 - 김봉진

        최근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대표의 재산 절반 기부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람마다 그것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필자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김봉진 대표에 대해서 알고 싶어 졌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느끼는 것인데, 책만큼 어떠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 철학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어서 김봉진 대표가 쓴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원래는 홍성태 교수님의 '배민다움'을 읽으려고 했는데 다른 분이 빌려가셔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은 생각보다 가볍고 쉽게 읽혔는데, 아마 그 이유는 김봉진 대표의 서술법에 있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보단 친근한 형이 자신의 경험을 나에게 직접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컸다. '책'이라고 이야기하면 되게 무겁고 부담스러운 느낌이 강한데, 이 책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일단은 매우 솔직하고 가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런 내용이 많았다. 그중 인상 깊은 내용을 이야기해보자면 김봉진 대표가 생각하는 책의 효과가 있다.

김봉진 대표가 생각하는 책의 효과

첫째, 책을 읽으면 있어 보여요.

둘째, 잠이 잘 와요.

셋째, 책은 인테리어 효과가 있어요.

처음엔 당황스러우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사실 되게 가벼워 보이지만 저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면서도 배달의 민족의 감성처럼 좀 더 책을 친근하게 느끼게 만들려는 김봉진 대표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처음에는 친근했지만 가면 갈수록 깊이 있는 독서의 효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봉 대표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자를 읽는 것보단 작가의 생각을 읽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책을 무조건 완독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독서법이나, 그 책의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다 읽는 독서법이 무조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필자가 그렇게 읽어서인지 이 부분이 많이 와 닿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분명히 타당했다. 모든 책은 아니지만 많은 책은 분량 채우기를 위한 내용들이 어느 정도 들어있다. 예를 들어 20페이지짜리 내용을 책으로 내는 것은 어렵지만 200페이지짜리 내용은 책으로 낼 수 있다. 즉 작가가 하고싶은 말이 20페이지 분량이더라도 책으로 내기 위해서는 200페이지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을 때 '글자'라는 프레임을 넘어 생각을 읽는 것에 집중하고 부가적인 것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봉 대표의 주장은 책 속의 사소한 디테일의 매력을 평가절하하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책이라는 무거운 이미지를 친근한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디테일 이야기가 나와서 여담으로 이야기하는 바인데 감히 필자가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몸이 '땡기는'음식이 있듯 고민이 '땡기는' 글이 있다."파트에서 자기가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에서 "행복, 성공, 창업, 경영, 자기 계발, 돈, 불안, 우울, 자녀교육, 죽음, 노후, 사랑 등 여러 고민이 있죠."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열된 순서와 단어에서 저자가 얼마나 '행복'이라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는지, 창업과 경영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추천도서 중에서 그와 관련된 도서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끼 같은 책 읽기, 실용서적을 통해 보고서 작성부터 회의하는 방법까지 세세한 정보 얻기,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통해 시대정신 읽기 등 여러 독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접할 수 있고, 독서와 자녀교육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던 것이 책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31권에 달하는 책의 추천과 그 외에도 간혹 간혹 저자가 인용하는 책들과 그것에 대한 간단한 저자의 서평(?)을 읽으며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났던 것도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에필로그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머리말에 '책을 읽으면 잘 살 수 있나요?'란 질문을 통해 책 읽기에 대한 의미를 살펴봤는데요. 전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다 잘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삶을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수많은 크고 작은 결정들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해나갈 수는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큰 운명 자체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정해진 운명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 지혜를 키울 수 있겠죠. 우리는 이것을 '삶의 지혜'라고도 하죠. 소크라테스는 지혜 중의 지혜, 궁극의 지혜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무지의 지'라고 했어요. 공자도 같은 맥락에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라고 했죠.

    책은 이런 것을 알려줘요. 아무리 감명 깊게 책을 읽어도 다 기억할 수 없고,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겠죠. 이것을 깨달으면 겸손해져요.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지혜 중 하나가 '겸손'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함은 생각의 경직이 아닌 유연함을 가져다줘요. 위대한 현인들도 어떤 부분에서는 오류가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오류가 없을 수는 없다는 걸 알게 하죠.

    강인함과 겸손이라는 말이 어울릴까요? 겸손에 대해 마키아 벨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약한 자가 자신을 높이는 것은 허풍이고, 약한 자가 자신을 낮추는 것은 비굴이며, 강한 자가 자신을 높이는 것은 거만이고, 강한 자가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다.' 겸손함이란 강한 자의 특권이라는 거죠. 생각의 강함이란 책 읽기를 통해 쌓인 '생각의 근육'이 늘어나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생각의 근육이 약한 사람은 누군가의 생각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이 제시해주는 생각대로 살게 되는 약한 자의 비굴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죠. 한 인간이 정말 잘 살았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크게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겠죠. 이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에요.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만 진정 자유로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힘을 갖게 돼요.

    부족하지만 그래도 썼습니다. 책 읽기에 관해 책을 쓰고 있지만, 세상의 책을 얼마나 많이 읽고서 이런 책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저 또한 먼지만큼 작은 분량밖에 읽지 못함에 부끄러움이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삶의 지혜를 얻어나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써나갔어요. 책 읽기에 관한 저만의 생각에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을 테고, 저런 방식은 위험하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제 방식이 다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특히 아이에게 한 독서 훈련법은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을 테고, 오히려 어떤 아이에게는 스트레스만 주어 책과 멀어지게 할 수도 있겠죠. 다만 여러 방법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아울러 부록에 담은 책 소개를 계기로 즐거운 독서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라고요. 마지막으로 아래의 경구를 나누고 싶어요.

    잊지 마세요. 여러분의 지혜의 여행이 아무리 멀리까지 가고, 깊이 파고든다 해도 아주 작은 부분임을, 생각의 근육을 통해 강인한 겸손함을 배워나가시길. 그리고 이를 통해 진정 자기 다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 김봉진<책 잘 읽는 방법>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시대가 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