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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Mar 02. 2021

Be different.

나음보다 다름-홍성태, 조수용 지음

    "차별화", 이 단어만큼 마케팅과 브랜딩에서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실질적인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 '차별화의 원리'부터 '차별화의 유지 방안'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책에서 차별화를 다루기 앞서 우리는 자신이 아니라 고객, 즉 소비자에게 차별화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로모 카메라를 예시로 들며 차별화는 사실 제품 자체에서 보다는 인식에서 나올 때 진정한 차별화라고 주장한다. 즉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을 인식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속의 차별화는 제품의 차별화에 비해 따라 하기가 힘들고, 그 인식 자체가 하나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내용을 보며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기업의 딜레마> 속에서 이야기하는 '파괴적 혁신이란 기술적 혁신이라기보단 마케팅적 혁신이다'라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저자는 차별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선 무조건 다르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무엇과 비교하여' 다른지 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차별화는 기존의 선도 브랜드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Point of Parity) 어떤 점이 다른지(Point of Difference) 보여주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새로운 것이 나왔을 때 우리는 그것을 기존 지식과의 비교를 통해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흑인이나 백인을 구별하기 어렵고 다른 지역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을 구별하기 어려워하는데, 그 이유는 기존 지식, 템플레이트가 없기 때문이다. 자주 접하지 않기 때문에 나름이 기준이 없기에 차별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김치'를 먹을 때 나름의 템플레이트가 존재한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김치 맛을 먹으면서 시원하네, 텁텁하네를 금세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선 저가격, 가성비, 독특한 기능, 최고의 품질, 명성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런 차별화를 보여주기 위해선 고객에게 제품이 최초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오직 하나뿐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한 분야의 최고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위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만 짚어보도록 하겠다.


타깃을 좁힐수록 시장은 커진다.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이 사자성어는 마케팅에서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는 말이다.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하나 들어보자. 누가 나에게 테니스공을 던진다고 생각해보라. 한두 개의 공은 충분히 받아낼 수 있지만 그 공이 3개 4개 5개가 되는 순간 잡고 있는 공마저도 놓치기 쉽다. 인간의 사고도 위와 비슷하게 작동된다. 우리는 어떤 개념을 접할 때 여러 가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어떠한 물건이 이거에도 좋고, 저거에도 좋고 이런 식으로 설명되면 그 물건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하나의 제품에 하나의 개념을 기억하기 쉽다. 자동차를 예시로 보면, 볼보 하면 안전성이 떠오르고, BMW의 경우 스포티함, 벤츠는 고급스러움을 떠올린다. 물론 벤츠가 스포티할 수도 있고, 안전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벤츠는 고급스러운 차라는 이미지가 잡혀있지 벤츠는 스포티하고 안전하며 고급스러운 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어떠한 제품의 장점이 아무리 많더라도 가장 강한 장점 한, 두 개만을 중점적으로 그 제품을 브랜딩 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브랜딩에만 해당하지 않고 고객을 타게팅하는 것에도 관련이 있다. 많은 신제품을 가져오는 마케터들에게 "누가 주 고객인가?"는 저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많은 마케터들은 "젊은 사람들이 주 타깃이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쓰셔도 좋고,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이러저러한 때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많은 사람들을 바구니에 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타깃은 좁아야 한다.

    성공적인 이자카야 프랜차이즈인 와라와라를 예시로 들어보자. 많은 이자카야가 생겨날 때 다른 매장들이 막연하게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데 반해, 와라와라는 '27세 오피스 레이디'에 한정하고 있다. 그들을 타깃으로 잡은 이유는 입맛은 다소 까다롭지만 충성도가 높으며 입소문의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취하기보다 맛을 즐기는 그들을 위해 도수가 높지 않은 과일주와 그들이 좋아할 안주 메뉴를 개발한 것이 적중하였다. 그 결과 와라와라는 10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게 된 기업이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빌 올렛 교수의 <MIT 스타트업 바이블> 속의 페르소나 정의하기와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느꼈다.)

    또한 저자는 아무 생각 없는 대중보다 의식 있는 소수를 타깃팅 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 예시로 애플을 두는데, 애플의 경우 굉장히 작게 플레이한다. 폐쇄적인 브랜딩을 통해 실제보다 자신들을 작게 표현하고, 이용자들이 마이너리티에 속한다는 느낌을 준다. 즉, 이용자들이 의식 있는 소수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큰 얼음을 깰 때는 망치가 아닌 송곳을 사용하듯이, 저자는 브랜드가 지향해야 하는 궁극의 타깃은 의식 있는 소수라고 주장한다. 가치관과 취향이 뚜렷한 소비자, 의식 있는 소수를 타깃으로 하면, 의식 있고자 하는 다수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필자가 생각하는 저자가 말하는 차별화의 핵심은 '본질(자기다움)'이다. 결국 차별화라는 것은 업의 본질을 개념화한다는 것이다. 이 본질이라는 것은 하나의 제품을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요즘 핫한 기업 중 하나인 테슬라에 대해 생각해보자. 왜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애용할까? 물론 테슬라의 자동차 성능도 좋긴 하지만 다른 전기차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보면 테슬라가 세계 1위임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유튜브를 통해 테슬라를 타는 사람들의 리뷰를 들어보면 그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테슬라를 타면 미래를 좀 더 일찍 경험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태블릿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에 자율주행기능과 독특한 차량 문 구조, 그리고 우주를 개척하고자 하는 일론 머스크의 후광. 사람들이 테슬라에 열광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성능뿐만이 아니라 위와 같은 미래의 경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테슬라는 전기차가 아니라 '미래의 경험'을 파는 것이다. 그것이 테슬라가 생각하는 업의 본질이며 테슬라와 다른 전기차 브랜드를 차별화시켜주는 요소라고 필자는 감히 생각한다. 이는 세계 최고의 햄버거 가게 맥도널드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맥도널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은 "맥도널드는 햄버거가 아니라 쇼를 파는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크록이 생각하는 맥도널드의 본질은 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맛있는 햄버거보다 깔끔한 매장을 강조한다. 이는 맥도널드가 부동산 회사라는 것과 일맥상통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다른 햄버거 회사와는 다른 맥도널드 만의 본질이 있었기 때문에 햄버거의 맛이 다른 기업들과 큰 차이가 없더라도 맥도널드가 세계 최대의 햄버거 회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는 차별화란, 이런 본질적인 요소나 기업철학 혹은 스토리가 고객을 감동시킬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상의 차별화가 그 기업 혹은 브랜드를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차별화를 하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을 파는가?"를,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을, 일의 철학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를 우리 스스로에게도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를 할 때, 그 가치가 돋보이게 된다. 그러니 브랜딩이 그러하듯 우리 역시 막연한 능력을 기르는 것보다 우리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스스로의 철학을 정립할 때 비로소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서평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는 스프링벅이라는 산양이 산다. 이 산양은 보통 20~30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는 수천 마리가 떼를 이루기도 한다. 거대한 산양 떼가 천천히 이동하는 장면은 가히 장관 이리라. 그런데 앞서가는 산양들이 풀을 먹고 지나가면, 뒤에 오는 양들이 먹을 풀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뒤따르는 산양들은 풀을 먹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 한다. 앞에 가는 양들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점점 발걸음이 빨라진다. 처음에는 풀을 뜯어먹기 위해 앞으로 가지만, 그다음부터는 뛰기 위해 뛴다. 결국 왜 뛰는지도 잊은 채 그대로 내달리다가 낭떠러지에서 바다로 떨어져 죽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목적이 있어서 앞서려고 했다. 그러다가 다음에는 앞서기 위해 앞서려 한다.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달리기 위해 뛰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이들 산양처럼, 가격에서든 서비스에서든 오로지 '경쟁'만 의식하며 죽는지도 사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내달리는 어리석은 기업들이 많다. 차별화를 한다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열심히 내달리기만 하는 기업은 곧 막다른 골목에 봉착하고 만다. 어떠한 차별화도 뚜렷한 가치관이나 철학 없이 차별성만 눈에 띄게 하려고 해서는 결코 성공을 지속할 수 없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존 로버츠의 저서 <<세계의 역사>>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호모 사피엔스를 설명하는 탁월한 묘사 중 하나는, 무엇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기에 위대하다. 그리고 변화란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다. 변화의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가? 그러나 위험은 변화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살아남고 싶다면, 제대로 된 차별화를 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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