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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Mar 08. 2021

왜 일하는가?

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이 질문만큼 삶에 중요한 질문은 몇 없을 것이다. 일과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왜 일하는 가? 에 대해 스스로의 답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자산의 상승 속도로 인해 많은 이들이 노동의 가치를 못 느끼고 좌절하고 있는 지금 필자는 일(노동)에 가치를 찾고자 이 책을 들어 올리게 되었다. 일본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일에 대한 철학에 대해 알아보자.


"왜 일하세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답한다.

"먹고살기 위해서죠."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보수를 받는 것은 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먹고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단지 그 때문일까?

나는 내면을 키우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키우는 것은 오랜 시간 엄격한 수행에 전념해도 이루기 힘들지만, 일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내면을 단련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놀라운 작용을 한다. - <왜 일하는가> 중에서


    저자는 "일"의 가치에서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의 가치는 그것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이란 결국 개인의 내면을 성숙시켜주는 가장 좋은 행위라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일의 가치를 찾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왜 일하는지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왜 굳이 땀 흘려 열심히 일해야 하느냐?"라고 저자에게 반문을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쉽게 큰돈을 챙기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널려 있다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조롱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되묻고 싶어 한다.

"세상에 태어나 한 번뿐인 삶인데, 지금까지 정말 가치 있는 삶을 살아왔는가?"

    이런 저자를 보며, 너무 이상적인 사람 아니야? 지금이랑 그때랑은 다르지! 저자의 상황이 좋아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 내용에 앞서 저자의 삶을 간단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저자의 삶은 실패와 시련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중학교 때부터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쟁 때문에 집까지 불타버리고 말았다. 저자는 큰 꿈을 꾸고 키워야 할 나이에 자신의 운명의 탓하기 바빴다며 그 시절을 회상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대학 진학과 취직도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가고 싶던 의과대학의 입학시험에서 떨어진 뒤 고향에 있는 가고시마 대학 공학부에 들어갔다. 그곳은 기대하던 학교도, 가고 싶던 학과도 아니어서 수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현실을 바꿀 수 없었으므로 현실을 따라가야만 했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을 바꿔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 역시 걸림돌이었다. 학교의 추천서로 지원했던 대기업은 다 떨어지고, 운이 좋아 교수님의 추천서로 조그마한 기업인 쇼후 공업에 취직했다. 쇼후 공업은 도산 직전 회사로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할뿐더러 내일 당장 회사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회사였다. 그와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반년만에 다들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저자 역시 회사를 떠나려고 자위대 간부후보생 학교에 원서를 넣었으나 형이 필요서류를 보내주지 않아 떠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름만 남은 회사에 동기들이 모두 떠난 곳에 저자 혼자 남고, 달리 갈 곳도 없었다. 저자는 스스로를 '패잔병'이라고 불렀다. 가진 돈도 능력도 없는. 저자는 그 뒤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회사를 옮긴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직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유명 대학 졸업자들마저 직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인데, 지방 대학 졸업자에 인맥도 없고, 그나마 들어간 회사를 입사 반년 만에 그만둔 사람을 누가 채용하겠는가. 회사를 그만두려면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자가 될 뿐이다. 불만이 있다고 회사를 그만둔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를 그만둘 이유를 찾지 못한 저자는 우선 지금 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불평과 불만보다 눈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자 전에 느끼지 못했던 도전의식이 우러났고, 치열하게 싸워보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저자는 열과 성을 다해 일과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저자의 삶을 돌아보면 전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저자는 여느 청년과 마찬가지로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에게 "힘든 일은 돈 받고도 하지 말라는 말도 있어요."라며 대꾸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런 청년인 저자는 마음가짐 하나를 바꾸어 일본 최고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이 되었다. 마음가짐에 관한 저자의 일화를 하나 더 살펴보자.


    교세라를 창업한 후 10년이 되지 않았을 때 당시 세계 최고의 컴퓨터 제조사인 IBM으로부터 기존 파인세라믹(교세라 주요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 주문은 교세라의 기술이나 설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고, 경쟁 기업들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숱한 시행착오와 힘겨운 순간순간을 넘기면서 어렵게 시제품을 만들어 냈지만 그때마다 불량이라는 낙인만 찍혀 돌아왔다. 개발에 개발을 거듭한 끝에 교세라 개발팀이 가지고 있는 힘과 기술을 모두 쏟아부터, 요구받은 대로 20만 개 전량을 만들어 IBM으로 보냈다. 그간 고생한 일을 생각하면 20만 개 하나하나가 목숨보다 귀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전량 분량품 판정을 받아 20만 개 모두 폐기 처분해야 했다.

'이 이상은 무리야'

그렇게 목숨 걸고 만든 제품이 불량품 판정을 받자 개발팀 직원들 모두 일손을 놓았다. 아니, 일할 의욕조차 잃고 말았다. 불량품을 회수하고 돌아온 밤 회사에 들어가 보니 개발팀 직원들이 멍하니 서서 울먹이고 있었다. 그들 모두, 아무리 궁리해도 그에 맞는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고, 수만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불량품이라고 퇴짜 맞은 것에 몹시 의기소침해 있었다.

"오늘 밤은 그만 돌아가게나. 내일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 위로했는 데도 그들은 전형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해줄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이 제품을 개발할 때 신께 기도드렸나?"

"신께 기도드리다니요?"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부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순간에 '잘 구워지게 해 주세요'라고 절실하게 기도드렸나?"

처음에는 멍한 표정이던 개발팀 직원들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신께 기도드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러더니 이내 밝은 표정을 지었고, 그러더니 이내 밝은 표정을 지었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거였어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거였어요! 한 번 더, 처음부터 다시 해보겠습니다!"

그다음 날, 개발팀 직원들은 어제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어려운 개발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경쟁사들이 엄두도 내지 못했던, 손이 잘려나갈 정도로 얇으면서도 이전 것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신께 기도드렸나?'는 종교인에게나 어울리지, 기술자가 할 말은 아닐지 모른다. 이렇게 질문하고 그 말에 감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들이 정신 나간 것은 아닌가 싶을 것이다.

    개발팀 직원들은 내가 한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다하고 나서 그다음은 하늘의 응답을 기다릴 뿐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정말 온 힘을 다해 노력했는가?
몸이 부서질 정도로 제품에 마음이 스며들게 했는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노력을 그 일에 쏟아부었는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면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렇게 땀 흘린 과정에서 보람을 찾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땀 흘린 사람의 땀 냄새를 배신하지 않는다. 위대함과 평범함의 차이는 결국 마음가짐과 노력이라는 1퍼센트에 달려있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저자의 인생 방정식은 '인생과 일 = 능력 x 열의 x 사고방식'이다. 저자는 능력과 열의도 무척 중요하지만 사고방식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아무리 큰 시련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와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삶을 살펴보면 불평, 불만을 할만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저자는 앞서 자신의 일에 묵묵히 임하겠다는 마음가짐 이후로 항상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교세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구어 냈다.

    저자의 스토리는 필자에게 장인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그 어떤 것도 허투루 하지 않고 정말로 일을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들뜨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여겨지는 것을. 어떤 시련이 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를 위해서라면 기적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듯 일을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과 인생은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평생을 사랑하는 일과 함께하는 것만큼 큰 축복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일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일(인생) 속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에서 일은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일을 할 때 스스로가 가치 있음을 느낀다. 비록 노동의 가치가 물질적으로 퇴색하는 오늘날이지만 필자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며 일의 가치는 물질적인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어쩌면 필자의 가슴에 꽂히는 도끼 같은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일(노동)의 가치를 찾는 그런 책이면서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인물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혹시라도 독자분들 중 지금 하는 일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다.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고 집중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평생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1,000명 중 한 명이 될까 말 까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회사에 들어갔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1만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000명 중 999명, 1만 명 중 9,999명은 불행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능률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불만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주어진 일에 불평불만을 갖고 원망만 한다면, 그 일을 마주하는 것 자체에 짜증이 날 뿐 아니라 그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여겨진다. 그럴수록 자신을 더 무능력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왜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시험해보지도 않은 채 달아나려고만 하는가?' - <왜 일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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