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8일,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 날이다.
아직도 그때의 감각이 잊히지 않는다.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줬다는 그 사실에 느껴졌던 희열을. 아마 그때부터 브런치라는 공간에 흠뻑 빠지게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빠지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시, 에세이, 생각들... 그런 글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청춘부터 50대 혹은 그 이상까지 정말 나이, 세대 등과 전혀 상관없이 오직 '글'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는 것이 놀라웠다. 글쓰기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도 있고, 글 자체는 엄청 잘 쓰지 않지만 그 안에 작가의 삶이 녹아들어 오히려 더 잘 읽히는 글들도 있고... 그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글을 쓴다는 것이 자신의 삶을 표현한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고, 멋졌다. 부러웠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읽는 책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 소장 용도 정도였다. 그러나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남의 글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나도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너무 무서웠다. 애초에 서평이라는 것 자체가 내가 살면서 처음 자의로 쓴 글일 것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본 적도 없고, 사실 나의 생각을 크게 많은 이와 공유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쓰고 여러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좋아해 주는 모습들이 너무 빛나 보여서일까... 조금씩 조금씩 나도 나만의 생각, 삶들을 공유하고 싶어 졌다.
그러나 항상 시작할 때에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과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잘 쓸 수 있을까? 과연 나도 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두려움 때문에 감히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로 가득한 차에 내 눈엔 내가 처음 쓴 글과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보였다. 처음 쓴 글 속에서 항상 처음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는데... 마지막으로 읽은 책 속에선 스스로 생각하는 것, 남들의 생각, 평가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이 두 가지 생각과 두려움 사이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브런치 글 중 한 글을 읽게 되었다. 그 글은 고언심 작가님의 "글 조회수 5만 돌파보다 글이 읽혔다는 감격과 거룩함"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분도 나와 같이 글쓰기를 따로 배우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그분의 글이 5만 뷰를 넘었을 때, 물론 기뻤지만 그것보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어주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좋다는 그 말이 나의 마음을 울렸다. 맞다. 글을 쓰는 것이 멋져 보였던 이유는 꼭 남들이 좋아해서가 아니라(물론 좋아해 주시면 더더욱 좋겠지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나 빛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심 끝에 처음으로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나답게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