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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Mar 06. 2024

경제결정론자를 조심하세요

2024년 3월 6일(맑음)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my, stupid!)"


빌 클린턴의 발언으로 유명해진 이 경구는 경제결정론적 발언이다. 경제가 세상만사를 좌우한다는 경제결정론은 비단 자본주의자나 신자유주의자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경제적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지배한다는 마르크스주의자에게도 해당한다. 이런 경제결정론이 항상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현재 한국의 총선 전망과 미국의 대선 상황에서도 확인된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주가폭락, 부동산시장 위축, 물가 고공행진으로 한국경제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오래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중앙일보의 한 칼럼리스트가 '한달 뒤 대한민국 상황'이라고 이죽거렸던 상황, 안보위기로 인한 주가폭락과 사재기 행렬이 오히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벌어지고 있다는 우스개말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자충수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미국의 경제는 AI 특수로 주가가 폭등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2월 실업률은 역대 최저인 3.4%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지수도 안정적인데 올해 경제성장률이 2.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그동안 꾸준히 금리인상 정책을 펴왔던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인기가 꺾여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되던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네 삶에서 경제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하지만 마치 경제문제만 해결되면 만사형통이 될 듯 떠들어대는 경제결정론자에 놀아나서도 안된다는 것이 우민의 판단이다. 경제결정론에 빠지면 결국 모든 문제는 하나로 귀결된다.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다시 인간은 결국 금전적 이익을 최우선시한다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논리로 이어진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우민이 이상적 인간으로 생각하는 호모 폴리티쿠스의 대척에 선 존재다. 인간은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자아실현을 할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호모 폴리티쿠스의 전제다. 반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누리는 것이 목표인 이해타산 지향의 인간형이다. 그들은 인간사의 모든 가치를 화폐화해 저울질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직 자신의 영리만 추구해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세상 만사가 조정되는 법이니 오로지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인간 본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동서고금의 역사와 현실에 비춰보면 거의 완벽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어떤 인간도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하 수도 없다. 맹자가 설파한 측은지심(惻隱之心)까지 가지 않더라도 흉년이 들어 이웃이 다 굶어죽어가는데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설사 그렇게 극단적 이기주의자가 존재하다 하더라도 돈을 추구하는 욕망으로 그의 내면은 텅 비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는 그렇게 헐벗은 자신의 내면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세상에 아무리 이롭다 해도 자신의 것이라면 털 한 가락 안뽑는 게 인간"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어차피 우리 모두는 이기주의자 아닌가"를 떠들고 다닌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경제결정론은 그런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위장전술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우민의 판단이다. 경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문제해결의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것을 호모 폴리티쿠스는 이미 알고 있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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