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0일(흐리고 살짝 추움)
새로운 한국적 엔데믹(풍토병)이 생긴 것 같다. 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병이다. 한국사회에선 언제부터인가 대형사고를 치신 분들이 오히려 기고만장한 자세로 당당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로 인한 부끄러움은 늘 일반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적 홧병의 확산까지 일어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선 오히려 큰소리 치는 이 새로운 한국병을 뭐라 이름지어야 할까? 적반하장병? 아니면 '똥낀 놈이 성내는 병'?
이 망할 놈의 신종 전염병은 어떻게 유행하게 된 것일까?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의 악영향으로 위선적 도덕주의가 곳곳에 스며들면서 그 부작용으로 '내로남불'의 화신들이 득세하는 것을 보면서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들이 늘어난 탓일까? 아니면 해방 후 보수적 기독교원리주의의 유입으로 인해 선악과를 먹기 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던 아담과 이브의 삶을 산다고 믿는 광신도들이 많아진 탓일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고 노래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식민 치하 일본 감옥에서 억울하게 죽은 그가 살아 돌아와 이런 광경을 보면 뭐라고 할까?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참회록')라며 "다시 그 사람이 미워져 돌아갑니다"('자화상')라고 하지는 않을까?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