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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Aug 26. 2023

미덱스 닥터(Midex Doctor)

비행 이야기: 중동에서 일할 때의 사장님

UAE의 Midex Airlines에 합류한게 2008년 8월이었다.


비행을 다시 시작할 때, 고향인 청주의 한성항공과 연락이 닿았고 이익준씨와 둘이서 함께 입사했다. 미국에 가서 ATR72 시뮬레이터 훈련을 마쳤고 한국에 돌아와 필기시험을 본 후 라인 훈련도 했다.

그런데 한성항공의 김포공항 사무실에 나가면 분위기가 이상했다. 작지만 사업을 해 온 내가 그 느낌은 잘 알지.. 역시나 회사에 자금이 없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전 조종사들을 모아놓고 사장과 부사장이 안심하라며 말을 했건만, 나에게 들리는 건 그건 거짓말, 사탕발림임이 틀림없다고 느껴졌다.. 정말로 문제가 없는거라면 그런 식으로 말하질 않지..

거의 10년 만에 비행을 재개했는데 그 첫번째 단추가 이상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두바이의 한 항공사가 A300 조종사를 모집하고 있었다. 2008년 당시 A300 기종은 구닥다리라 운영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음에도..

그 시절엔 TV를 틀면 두바이가 어쩧고 어떻고 하는 말이 많이 나왔었다. 중동의 신기루라는 식으로.. 한국도 그렇고 캐나다도 그랬다.


그 회사에 연락했고, 가서 확인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마음대로 하란다.. 두바인데 안가봐도 되겠지라고 마음을 먹고, 그냥 지원했더니 선발되었다고 회신이 왔다.


한성항공에 사표를 내고, A300 재자격 훈련을 받으러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Pan Am Academy로 갔다. 며칠 후 한성은 망했고.. 거짓말을 그렇게 해대더니 그렇게 될 줄 알았지..


기장 4명, 부기장 4명, 기관사 4명으로 3세트 총 12명이 FAA 과정에 따라 Pan Am Acadamy에서 A300 훈련을 받았다. Cincinnati에서 교육 받을 때 쉬는 날이면 런던 집으로 갔다. 가까우니 좋았지.

그리곤 중동의 두바이로 날아갔다..


두바이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알 아인의 숙소에 머물며 생활을 했는데, 비행이 무척이나 적었다. 입사했을 땐, 두바이-베이루트-파리 노선이 있었지만 2008년의 금융위기로 노선이 없어지고 주로 미군의 용역으로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등으로 비행하게 되었다.


사장님(미스터 카이랄라)은 레바논 출신 프랑스/미국 국적자로 의사 출신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Doctor라고 불렀지. 닥터의 삼촌이 프랑스에서 물류 사업을 했는데 그걸 조카에게 물려주었고 닥터가 크게 키웠다고 했다.

닥터는 키가 작았지만 조종사들과 미팅을 할 때면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어투로 말하곤 했다.

어느날인가 조종사 미팅에서 겨울 코트가 없어 문제가 된다고 했더니, 곧바로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코트를 쫘~악 돌렸었다..

닥터는 UAE의 한 에미레이츠(Emirate) 왕자와 친했다는데, 두 사람은 항공사 명함을 만들기 위해 항공사를 차렸다는 말이 돌았었다.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Midex항공에는 A300B4이 6대, B747-200이 4대, 총 10대 있었다. 모두 화물기.

[Midex Airlines의 B747 화물기.두바이 옆의 샬자 공항였던 것 같다. 2011년 3월]
[Midex Airlines의 A300 화물기. 2011년 3월 두바이 공항. 사진의 뒷쪽으로 두바이 공항 여객터미널 건물이 보인다. 화물 터미널은 활주로의 동쪽에 있었다.] 


닥터는 토요타 랜드 쿠르저(Land Cruiser)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파리의 집에 머물다 두바이로 올 때면 꼭 우리 회사 비행기에 실어 오곤 했다.

하루는, 두바이에서 파리로 그 차를 싣고 가려는데, 그 날 따라 좀 바빴었나 보다. 차의 휘발류를 빼지 않은 채로 싣고 빨리 가자고 닥터가 그랬는데, 위험물 규정상 그렇게는 못하는거라 휘발류를 빼야 된다는 직원들한데 마구 우기다가 항공국에 전화해 보고 따르기도 했다.

돈 많은 분이, 두바이에 한 대, 파리에 한 대 두면 되련만 왜 꼭 한 대만 이용하시느라, 욕 보셨제.. ㅎㅎ


2010년인가엔 항공국에서 운항금지 처분을 내렸었는데, 그 이유는 항공국 고위자와 닥터 사이의 개인적 앙금이었다고들 했다. 별것도 아닌거라, 닥터가 미안하다고 쏘리라는 말을 안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거의 1달 반을 운행하지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에도 급여가 정확하게 제 날짜에 나왔었다.. 손해액이 백만불인가 얼마라고 했었다..

결국, 닥터가 항공국에 쏘리라고 말해 금지처분이 풀렸었다..


두바이 에어쇼에 구닥다리 A300 화물기를 갖다놓고 소개하기도 했고, 골프카트를 개조한 차를 비행기 주위에서 재밋게 타고다니며 소개를 했다고도 한다.

에어쇼 기간 동안엔, 자신의 호화요트에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곤 했는데, 우리 회사 A300 Chief Pilot이었던 John Casey기장이 거기에 초대되어 갔다오곤 며칠 동안 그 얘기만 했었다.. 너무 화려했다고.. 그 얘기를 한 번 꺼내면 끝낼 줄을 몰랐다. 

미국 라스베가스가 집인 존 케이시 기장은 일본의 JAS에서 일했었다.. 아이폰 광팬이었지..


미덱스의 닥터 사장님은 정말 멋진 분이셨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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