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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May 29. 2024

이렇게 만들어놔도 그냥들 다녀요..

차로수의 균형 개념이 지켜지지 않는 K-도로의 예

충북 옥천에 있는 서정1교차로, 서정2교차로. 

4번 국도와 37번 국도를 연결해주는 입체교차로로 두 교차로는 대략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언덕이 있고 약간 굽은 구간에 만들어져 전방 상황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 곳이다.

이 구간은 '차로수 균형'개념을 지키지도 않았고, 표지판은 차로별 안내를 하지 않는 전형적인 한국식 평면도 방식이며, 그러다보니 길바닥엔 유도선이 칠해져 있다.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한국 도로의 여러 구조적 문제를 갖추고 있는 종합세트 같은 곳이다.


아래쪽의 서정1교차로와 윗쪽의 서정2교차로. 둘 다 트럼펫B형이며 그 사이에 다이아몬드형 교차로가 있다.


37번 국도를 달리다 4번 국도로 옮겨가기 위해 서정1교차로를 지나면 편도 2차로 도로가 나타난다. 빨간색은 37번 국도 동쪽에서 진입한 동선, 녹색은 37번 국도 서쪽에서 진입한 동선.


이 상황에서 운전자는 무엇을 할까? 운전규칙을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이라면 주행차로인 2차로로 옮기거나/유지할 것이다.


곧이어 나타나는 표지판.

'대전행인 4번 국도 서쪽을 타려면 1차로나 2차로를 유지하면 되겠고, 400m 전방에서 차로가 생기며 김천/영동행인 동쪽 방향으로 갈라지겠군' 이라고 해석될 듯 하다. 물론 반복 학습에 따른 표지판 해석은 배제한다.


그런데 저 앞의 오른쪽으로 굽은 구간을 지나면 

1차로는 서쪽방향, 2차로는 동쪽방향으로 한 차로씩 갈라져 버린다. 대전으로 갈 운전자가 주행차로인 2차로에 있었다면 1차로로 차선을 바꿔야 하는 상황. 이걸 늦게 인지했다면 섬찟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4번 국도에서 37번 국도로 접속하는 반대 동선도 마찬가지이다.

400m 전방에 이런 표지판이 있고, 저 앞의 언덕을 지나면


이렇게 길바닥 유도선과 표지판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유도선이 그러져 있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의미하는건데..

그런데 유도선은 한 색상 분홍색 뿐이다. 전방 1/2차로에 무슨 일이 생기는거지? 


조금 더 진행하면, 1차로, 2차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갈라지건만 같은 색으로 유도선을 그려 놓았음을 알게 된다.  결국 색상 유도선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길바닥의 보은, 금산/추부 행선지를 보고 차로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코메디가 있을까? 같은 색을 왜 칠해 놓았지?


2차로를 주행하던 속리산/보은행 운전자가 언덕을 지난 후 1차로로 바꿔야 함을 인지하고 변경하는데까지 몇 초가 소요 될까? 주간이고 맑은 날 젊은 운전자라면 대처시간이 짧겠지만, 비오는 야간에 진행하는 노인 운전자라면 어떨까? 


앞의 글에서 몇 차례 언급했듯이 도로 설계개념 중에 '차로수의 균형'이 있다. 왜 한국의 트럼펫형 입체교차로 구간에는 이 개념이 적용되지 않을까? 사라진 설계개념, 이런 도로가 왜 필요하지?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면 차로별 안내를 오버헤드식으로 쉽고 명확하게 해 놓아야 할텐데 그것도 없다..


아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도로가 401번 고속도로에 접속하는 구간으로 서정 1/2교차로와 동일한 트럼펫B형 구조를 하고 있다.

진행방향: 아래에서 위


오른쪽으로 한 차로가 갈라지고 본선의 2차로는 그대로 유지되다 점차적으로 한 차로로 줄어든다.


차로수의 균형 개념을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다. 따라서 운전자는 대처할 시간이 충분하기에 당황할 이유도 없고 이 도로를 달리며 어렵다고 느낄 까닭도 없게 된다.


이런 원칙이 한국 도로에서는 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런 현상을 보면, 한국 도로는 설계단계부터 이용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쉬운 도로가 안전한 도로. 한국에도 만들어 봅시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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