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의 부지런함에 대하여
오늘 아침은 마음이 느긋했다.
오전 요가수업도 없을 뿐더러 오후에는 인문학 강좌가 개강했다.
오후 수업시간에 맞춰 마눌 손을 잡고 십여분 걸어가니 광진구 평생학습센터가 보인다.
시장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자양동 골목시장 입구에 위치한 이 곳에서 <아는만큼 보이는 궁궐, 영화로 역사를 읽다> 프로그램이 개강했다.
주 1회 8주 수업인데, 수강료가 2만원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강의실에 들어서니 10여명 남짓 자리를 잡고 있다. 더러 젊은 친구들도 있으나 대체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평일 오후라는 시간의 제약으로 학교에 가거나 직장생활하는 분들은 참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내 연배로 보이는 강사가 자기 소개를 하는데, 강의는 부업이고 본업은 따로 있다고 한다.
강의를 듣는데, 자꾸 빠져든다.
사업가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역사 강의의 전문성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오늘 강의는 조선 최초의 법궁인 경복궁의 역사와 구조, 그 세부 건물에 대한 것이었다.
경복궁은 이성계와 더불어 역성혁명으로 새 왕조를 개창한 삼봉 정도전이 설계하고 건축에 참여한 조선 왕조 최초의 정궁이다.
정도전 일파는 1392년 개국후 3년만에 한양으로 천도하고 근 1년만에 경복궁을 완공하고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정치와 행정, 경제의 중심지로 탈바꿈 시켰다고 한다.
또한, 정도전은 230칸에 달하는 궁궐 건물의 이름 하나하나에 유학자의 통찰을 담았다.
경복궁은 '시경'에서 따온 것으로 큰 복을 의미하고, 광화문은 빛이 널리 퍼져, 나라를 태평하게 하는 문의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왕의 집무실인 '근정전'은 정치에 근면한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애민정신에 입각해 강력한 신권으로, 도덕적인 군주와의 조화로운 정치를 추구했던 유학자의 깨달음이 담겨있다.
아침, 정사를 듣는데 부지런하라
점심, 어진 이를 방문하는데 부지런하라
저녁, 법령이 잘 지켜졌는지 부지런하라
밤, 몸을 편안히 하는데 부지런하라
오늘의 강의는 시시콜콜 모든 것을 챙기려는 만기친람형 리더보다는, 비젼과 방향을 제시하며 권한은 과감히 위임해 실세 부하를 육성할 줄 하는 똑게형(똑똑하되 게으른) 리더쉽의 필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