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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부와 국력을 묻는다

대통령과 기업인의 차담을 보며 생각한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대통령이 브라질 G20 순방 떠나기 하루전 일요일, 기업인들과 공개 차담을 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의 발언이 가슴에 남는다.

관세협상과 대미투자 협정, APEC 등 각국이 국익을 위해 물밑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국력을 키워야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절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방력과 외교력, K컬쳐를 비롯한 문화강국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기업인으로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대통령과 기업인이 밀실에서 정경유착을 모의하는게 아니라, 국부와 국력에 관해 열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일반 국민이 보기에 든든하다.

해방전후 김구 선생은 국가의 비젼으로 '높은 문화의 힘'을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우리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제국주의 침탈에 온 몸으로 맞서고 해방을 맞이했지만, 국부와 국방이 제로인 채 이념으로 갈라진 조국의 암담한 현실에도 문화의 힘으로 아름다운 나라를 꿈꾼 선생의 고매한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작금의 상황은 문화로만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기엔 녹록치 않다 할 만하다.

소련의 몰락으로 냉전 질서가 해체된 후 지난 40여년간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했다. 각국은 생산성 증대에 주목했고, 국제간 교역을 확대하면서 서로 성장했다.

재도약을 꿈꾸던 일본이 플라자 합의로 주춤하는 새, 중국이 새로운 도전자로 급부상했고 지금은 G2로 체급을 끌어올려 모든 부문에서 미국과 경쟁중이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의 여운이 싑게 가시지 않는다. 영화는 시카고로 향하는 출처불명의 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다룬다. 누가 어디에서 발사했더라도 미국 본토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요격된다는게 평소 상식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미사일 발사의 원점도 밝히지 못하고, 요격에도 실패한 채 데프콘2에서 데프콘1으로 위기대응 매뉴얼을 상승시킨 후 암전되며 끝난다.

미사일 요격은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확률'이고 실제 50%의 성공율을 보인다고 한다.

영화는 천만 인구의 도시에 핵 미사일이 떨어지면, 누가 발사했는지 밝혀 대응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고 묻는 듯했다.

시스템도 불안전하고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우연에 노출되어 있다. 국가의 운명이 절체절명으로 내몰리는 순간에도 스몰토크에 연연하고 내 가족에만 집착한다.

현실로 돌아와 주변을 살펴본다. 핵단추를 쥔 다극체제의 수장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핵전쟁과 불바다를 입에 올리곤 한다.

요즘 중국과 일본 정치인의 입도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다까이치 수상이 대만 전쟁이 발발하면 일본은 참전할 수 밖에 없다고 하자 중국 인사들은 목을 베겠다고 하다가 결국 일본방문 자제령을 내걸었다.

외교는 살얼음판을 걷는듯 하라고 했는데 왜이리 직설적인 강대강 으로 치닫는지 묻고싶다.

전쟁은 때로 하찮은 우연적 요소에 의해 발발한다. 우연은 쌓여 필연을 이루는 바, 그들의 뿌린 말의 씨앗은 모이고 쌓여 전쟁이라는 열매를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소환한다. 그는 국부는 금은이라던 당시의 상식을 뒤엎고, '일반 국민이 한 해동안 소비하는 생필품과 편의품의 총량'으로 국부를 정의했다.

미중 패권경쟁속 핵전쟁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이후 WTO 국제무역의 질서도 재편되는 중이다. AI혁명의 바람도 거세게 몰아쳐 전통적인 양질의 일자리도 심하게 줄어든다.

국방과 외교, 산업경쟁력까지 녹록치않은 국제정세, 바로 지금이 국부와 국력이 무엇인가를 서로 묻고 답하며 방향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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